한국희곡

유연숙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엄마'

clint 2021. 11. 20. 19:34

 

 

 

17평 작은 아파트에 엄마와 딸 혜림이 살고 있다.

화가였던 아버지는 6년 전에 죽고 미용실을 경영하고 있는 엄마와 함께 사는 혜림은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 방송연수원에 다니고 있다.

외박이 잦은 딸의 장래를 위해 엄마는 혜림에게 결혼할 것을 권하나

혜림은 결혼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다.

한편 엄마는 호주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한국여행사 호주지사장인 노신사를 소개받는다.

2년 전에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가 된 지사장은 엄마에게 청혼하러 서울로 온다.

엄마는 결혼할 의사가 없다면 호주로 이민 가자고 딸에게 제안하지만

딸은 자신의 직업 때문에 그것도 싫다 한다.

혜림을 혼자 두고 갈 수도 없지만 지사장과 결혼하고픈 엄마와 딸은 계속 충돌하는데...

딸은 엄마가 마음 편히 이민을 떠날 수 있도록 결혼을 결심하고,

엄마는 딸 때문이라면 결혼을 포기하겠다는 등 극중 엄마와 딸이 서로의 장래를

걱정하며 자신의 꿈을 일정부분 포기하는 과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그러나 애정없는 딸의 결혼은 수포로 돌아가고 이를 알게 된 엄마의 결혼 역시 좌절된다.

상대방을 위해 애쓰긴 했지만 결국 서툰 노력에 그친 것이다.

 

 

자신의 재혼의사를 자연스럽고 당당히 밝히고 모든 문제를 딸과 대화로써 풀어가려는

어머니의 전반부 모습이 독립의지를 갖춘 자아의 자연스런 욕망을 그려낸 반면,

딸 때문에 결국 결혼을 포기하는 후반부 모습은

여성에게 자식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고정관념을 답습하는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긴다.

혼자 된 엄마와 자유분방한 딸이 엄마의 결혼을 둘러싸고 벌이는 심리적 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현대인의 내면에 잠재한 애정관을 풍자, 삶과 사랑에 대한

정서를 음미하게 만들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정숙 '비 내리는 고모령'  (1) 2021.11.22
이용우 '즐거운 타락'  (1) 2021.11.21
오성근 '성냥공장 아가씨'  (1) 2021.11.20
오성근 '사슴아, 사슴아'  (1) 2021.11.19
오태영 '트로이얀 테바이2'  (1) 2021.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