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성근 '성냥공장 아가씨'

clint 2021. 11. 20. 11:52

 

 

 

성냥제조업만 전념해온 전형적인 기술자인 김 전무와 사업욕이 강한 김 사장은 형제간이다. 성냥공장에 불이 난 다음 달 박철이라는 전 반공포로 출신의 청년이 이 공장에 취업한다. 주위에서는 그의 전력을 의심하지만 김 전무는 그를 신뢰한다. 김 전무의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던 여공인 길녀와 박철은 서로 호감을 갖고 가까워져 불우했던 전쟁 경험을 나누게 된다. 길녀의 친구인 순이는 낮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엔 길거리에 나가 성냥팔이를 해 시골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녀는 성냥을 훔쳐 나오다 김 사장에게 발각돼 성폭행을 당하고 쫓겨나 성탄절 전날 눈 내리는 시내에서 성냥을 팔다가 쓰러진다. 한편 김 사장은 납품기한인 연말까지 수주량을 맞추기 위해 품질이 낮은 지방공장 성냥을 대거 수집하고, 성냥 대신 모래를 채워 선적시키려 하다 김 전무와 다툼이 생기고, 조폭들을 시켜 공장에 방화를 시켜 재건기금을 빼내려 하다 김 사장과 조폭들은 모두 검거되고 김 전무는 종업원들과 공장 재건에 나선다.

 

 

 

 

일제의 한국 강점 기간중 일본의 기술과 자본에 의해 설립됐던 인천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은 동양방적과 조선성냥공장이었다. 이 작품 무대는 성냥산업이 마지막까지 명맥을 유지해 가던 당시의 노동현장이다. 그러나 단순히 산업시설로서의 성냥공장이 아니라, 그곳에서 종사하던 여성 근로자의 애절한 삶과 애정· 기업내 비리 등을 통해 전후 시대 한국인들의 다양한 삶의 양태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작가는 잊혀져 가고 있는 과거 세대의 고난과 역경, 그것을 극복하고 오늘 인천의 경제번영을 가져올 수 있었던 선배들의 생존 의지와 희생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 작품의 의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