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정숙 '비 내리는 고모령'

clint 2021. 11. 22. 16:00

 

 

 

'비 내리는 고모령'은 한 여자의 가슴 아픈 인생살이를 엮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배신과 남편 없이 자식을 낳은 설움, 낯선 시집 식구의 구박 등

여인의 기구한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도 해도 끝이 없을 만큼의 굴곡 많은 삶을 겪은 우리 어머니들의 인생역정이,

한국 성인이라면 한번은 접했던 이야기들이 악극 특유의 구구절절한

뽕짝 가락을 타고 가슴 뭉클하게 그려진다.

 

 

 

 

고모령이라는 고개 너머 산골 마을의 주막집에 살고 있는 17살 순박한 시골 처녀 순애는 유학생 재호와 사랑에 빠져 임신하지만, 서울로 올라간 재호는 그녀를 잊어버린다. 그 사실을 안 순애 어머니는 죽어도 그 집에서 죽어야 한다며 순애를 서울 재호의 집으로 떠나보낸다. 하지만 재호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 상태, 시집으로 쫓겨간 순애는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참는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순애의 서러움으로 얼룩진 삶의 기나긴 여정은 관객의 눈물샘을 끊임없이 자극하게 한다.

6·25 전쟁이 터지자 재호 일가는 피란길에 오르고, 순애는 혼자서 시집 식구를 먹여 살린다. 재호는 순애의 아들 정우가 심장병에 걸리자 부잣집 양자로 보내버린다. 아들을 잊지 못하는 순애는 아들을 양자로 보낸 부잣집에 찾아가 몰래 지켜본다. 재호는 손과 다리를 다친 상이군인으로 제대해 술과 마약으로 지내다가 술집에서 순애를 만나고, 그 후 곤이 필요한 재호는 정우 양부모에게 돈을 뜯어내려 하고, 이를 말리던 순애는 재호의 칼에 찔린다. 재호는 교도소로 가고 뒤늦게 자신의 친모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 정우는 순애의 임종을 맞는다. 평생 가난과 서러움의 얼룩진 삶을 살았으나 결코 참된 어머니의 길을 잃지 않았던 순애라는 한 여인은 그렇게 숨을 거두고, 그녀의 상여가 넘어가는 고모령에는 눈발이 흩날린다.

 

 

 

 

주인공이 낯선 시댁에서 온갖 구박을 받으며 속으로 울음을 삼키는 장면, 아들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는 대목 등에서는 제아무리 무심한 사람이라도 남몰래 눈물을 훔치게 될 듯하다. 특히 비극의 주인공이 부르는 주제곡 비내리는 고모령은 관객들의 심금을 절로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