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는 어머니의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곰을 잡으러 다닌다. 승려인 오메가는 사냥터에서 알파를 만난다. 서로 옷을 바꿔 입고 알파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며, 알파의 얘기를 들어보기도 한다. 거기서 알파 어머니의 병은 가족 관계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된다. 알파 어머니의 병이 어머니가 쌍둥이를 낳고 나자 아버지가 선둥이만 데리고 떠나간 데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 오메가는 어머니가 찾는 것이 곰이 아니라 선둥이임을 말해준다. 알파는 오메가의 말에 선둥이는 없다고 악을 쓰며 오메가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그리고 오메가가 실신한 모습으로 자신이 선둥이임을 밝힌다.
알파와 오메가는 두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으며, 노인일 수도 있고, 젊은이일 수도 있다. 작가는 애초에 그들을 사실적인 인물로 그려놓지 않았고, 오히려 비현실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시끄러울 정도로 끊임없이 대화하는 두 사람. 곰과 I.Q, 현대인 병 등 끊임없이 제기되고 반복되는 화제들이 이어진다.
"천하 대장군"은 비교적 쉽게 이해가 되는 연극이 아니다. 난해한 만큼 던지는 메세지가 중후하다. 또한 관객 역시 많은 혼란을 겪게 된다. 무대는 관객들이 이것인가 라고 생각할 때쯤, 반전을 일으키며 이해할 수 없음으로 일관하지만 반전은 재미를 위한 것이고 주제의식을 북돋아 주고도 남음이 있다.
이 극에는 여러 가지 설정이 존재한다. ‘사냥꾼과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의 쌍둥이 형제와 아버지’, ‘곰’, ‘조상’, ‘어머니의 한’ 등 2인극인 이 연극 내에서 주인공은 여러 이야기들을 이끌어내어 하나의 주제로 융합시키는 작가의 솜씨가 천부적이다. 무대에서 승려는 사냥꾼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흐름의 중반 이후, 승려는 사냥꾼이 되고 사냥꾼은 승려가 되어 둘의 이야기를 나누어 간다. 곧 한 명의 자아 속에 또 다른 이가 실제적 존재로서 등장하며 내면에 가지고 있는 두 개의 부류, 또는 그 이상의 존재를 ‘중생의 고행’과 ‘밝아올 화엄세계의 영생’을 무대를 통해 현현하고 있다. 이렇게 재생된 상상력은 대체로 그의 불심이 내면에 원류로 작용하겠지만, 보편적으로 극작가들은 산사나 부처님, 그러니까 시적 대상 사물에 대한 혜안(慧眼)이 그의 지적 자양과 동시에 발양(發揚) 되는 것을 무대에서 큰 울림으로 목도할 수 있게 된다. 인간내면에 작은 감동을 이끌어내는 조탁된 솜씨로 무대에서 울리는 중생들의 아우성은 곧 인간의 본심 중 본능과 양심의 갈등 과정을 통해 인간 삶의 목표나 가치관을 말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연극에는 '알파와 오메가' 그리고 ‘곰은 조상이다’라는 알 수 없는 말들이 극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찾아간다. 이 작품에서 김흥우의 ‘알파와 오메가’는 처음과 끝을 표현하고 사냥꾼이 어머니를 위해 죽이고자 하는 곰이 인류의 시작점인 것을 의미한다. 처음과 끝이 시작점도 그리고 끝점도 없음을 의미하는 점은 불교적인 윤회관을 우회적인 표현으로 "무상(無常)"을 실천하고자 하는 불교관을 그대로 적시했다. 이 무상은 ‘곰을 죽이라’고 하는 그의 어머니는 처음 낳은 쌍둥이 중에 한 아이만을 키우게 된 사연에 의해 자신의 병이 생겼음을 알고 후회 아닌 후회의 말로 처음을 없애고 모든 것을 태어나면서 빈손인 "무(無)"로 돌아가는 함의가 있다.
김흥우의 희곡들이 높은 예술적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널리 공연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초현실성으로 인한 난해성과 그가 주는 이타 정신의 실행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리 쉽지 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서 일반의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가지는 못하지만 예술의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보배로운 존재이다. 인간 본연의 자아를 발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그의 모든 작품에서 숨 쉬고 있다. 주인공은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며 마치 거울을 보듯 자아를 찾게 하는 힘이 강렬하게 작용한다. 자신의 내면을 살피게 하는 연극으로 그의 작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므로 순수 문화적인 차원의 연극으로서 효과는 모두 발휘하는 점이 김흥우 희곡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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