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흥우 '오유선생'

clint 2021. 11. 11. 11:29

 

 

살인죄로 15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오유는 교도관 황찬의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된다. 자유를 되찾았지만 살인범인 자신을 가족과 고향사람들은 반겨주지 않을 거란 생각에 오히려 불안함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이런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는 황찬에게 오유는, 겁탈의 위기에서 상대 남자를 죽인 이유로 감옥에 가고 간수에게 강간을 당해 교도소에서 자신을 낳은 어머니의 사연과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게 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오유가 잠시 목욕을 하러 간 사이, 황찬은 오유에게 살인 누명을 뒤집어씌운 진짜 살인범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아내 양희에게 고백한다. 황찬이 죄책감에 사로잡혀 불안한 마음으로 잠든 사이... 형무소 안에 있을 때는 불안이라고 느껴본 일이 없고 마음이 편했다창밖 저편의 모든 것은 나로선 어찌할 수 없지 않았던가?” 자신이 다시 돌아갈 유일한 곳은 교도소라 생각한 오유는 황찬, 양희, 그들의 아기를 살해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오유의 비밀

 

 

 

 

오유선생은 파국으로 치닫는 한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예정된 운명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마치 헨릭 입센의 유령이라는 작품처럼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인간의 의지가 아닌 유전적인 요소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극은 그런 사실주의적인 접근법에 국한되지 않고 저주스런 혈육의 만남과 의도치 않은 복수가 이루어지는 우연에 주목하며 인생을 움직이는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절감하게 한다. 상업적이고 말초적인 공연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오늘날의 공연계에 인간의 존재와 운명에 관하여 고민할 수 있게 해주는 무게감 있는 작품이다인과의 법칙 속에서 인간은 선인과 악인의 두 부류로 단순하게 나뉘어질 수 있는 것인가? 작가 김흥우는 시간 속의 엄격한 질서와 혼돈(카오스)의 충돌 속에서 현상세계의 지배질서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진지하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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