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흥우 '대머리 여장군'

clint 2021. 11. 11. 16:28

 

 

 

하늘세는 미국 놈에게 겁탈당하여 이상을 낳고, 추리세는 러시아 놈에게 겁탈당하여 현실을 낳는다.

이상이 죽고 현실이 가출해 버리면서 이 둘은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 둘은 지난 전쟁으로 인하여 잃은 아픈 상처와 가족사를 하나씩 꺼내 놓으며

스스로를 자위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들의 소통은 불가능하다.

 

이상인 죽고 현실인 가출했어. 그들은 없어! 없으니까 존재와 무의 관계만이 남아있을 뿐이야.”

이상인 죽었어도 이상이죠. 현실은 사라졌어도 현실이고요. 이상과 현실의 문제야.“

 

왜냐하면 이들에게 더이상 세계는 의미 있는 것도, 무의미한 것도 아닌 현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결국 이들은 파멸에 대한 원인을 상대에게 전가하며, 또 다른 전쟁과 갈등의 극을 향해 달린다. 결국 하늘세는 추리세를 죽이게 되고 모든 것이 다시금 혼돈으로 빠지는 파멸의 순환을 되풀이 한다.

 

 

 

 

대머리여장군은 전쟁의 비인간성이 개인의 심리와 삶에 미치는 영향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미국이나 러시아는 각기 다른 인간성으로 변용되어 한국적 현실을 상징하는 하늘세와 추리세에 연결된다. 국가 간의 관계가 개인 간의 관계로, 또 남과 북의 문제로 상징되어 자국의 이득을 위한 욕망이 한 개인의 성적 욕망으로 교묘하게 연결되어 표현된 이 작품은 전쟁의 부조리함을 폭로하고 있다. 15센티, 20센티를 운운하며 오가는 대화들 속의 언어유희, 그리고 마당세를 두고 벌어지는 두 노파의 쟁탈전은 웃음을 짓게 한다. 하지만 정말 관객들이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역시 부조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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