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방’은 1974년 종로 ‘에저또’ 소극장에서 공연,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당시에 한 미국인이 촬영한 필름이 현재 일본에서 공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 남자가 애인과 시간을 갖기 위해 도시를 떠나 시골 ‘조용한 방’을 찾아오나, 방주인은 조용히 둘만이 있으려는 이들을 방해한다. 통행 금지에 걸린 그들은 그곳을 떠날 수도 없다. 주인이 나가자 다시 어떤 사나이가 여자를 미지의 곳으로 끌고 간다. 남자는 ‘조용한 방’을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밖은 통행 금지다. 비가 쏟아지고 있다.
근원적· 인간적 상황에선 개인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권력자의 힘에 의해 끝없이 좌절되는 내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F· 카프카의 ‘성’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사실주의 연극의 새로운 표현기법을 시도’하면서, ‘소극장의 연극 실험실로서의 기능을 가늠’ 해본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한다. 오태영은 <조용한 방>이 핀터 희곡 <방>으로부터 영향받은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편 발표 당시에도 연극계 주변에서 이 희곡은 형식적 의미에서 핀터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작가는 이 희곡을 첫 희곡집에 수록하지 않았는데, 작가가 허심탄회하게 핀터의 영향을 인정하기까지는 세월이 흘러야 했던 것처럼, 이 희곡의 주제가 재조명되기에도 시대의 변화가 필요했다. 희곡은 좌익가족사의 내력을 안고 있는 한 젊은이가 반공법 아래서 사회적 진입에 좌절당하는 주제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연의 해석은 정치적 금기에 해당하는 주제를 자아와 세계의 대결이라는 보편적 주제로 끌고 감으로써, 현실적으로 공연을 가능하게 하였고, 당대의 비평 담론도 이런 관점에 편승했음을 분석하였다. 그리하여 <조용한 방>은 작가 오태영이 핀터의 작품을 자기화하여, 당대의 정치 현실과 자신의 정치적 무의식을 형상화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조용한 방>은 오태영의 비사실주의적 극작술과 당대 현실을 담아내려는 작품세계의 신호탄을 보여준 작품이다. 이 작품에 나타난 핵심 주제와 형식은 이후 오태영의 극작 세계를 결정짓는다. 이 희곡이 당대의 담론 상황에서 금기의 영역에 속하는 것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주제가 공연의 실험적인 형식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희곡은 좌익 가족사의 내력을 안고 있는 한 젊은이가 반공법 아래 사회적 진입에 좌절되는 상황을 부조리극적인 극작술로 형상화함으로써, 적색공포가 만연한 당대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라 판단된다
이 작품 공연 때의 작가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흥우 '오유선생' (1) | 2021.11.11 |
---|---|
김흥우 '천하대장군' (1) | 2021.11.11 |
유현종 '양반전' (1) | 2021.11.10 |
조흥일 '취재전선' (1) | 2021.11.09 |
호영송 '환상부부' (1) | 2021.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