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호영송 '환상부부'

clint 2021. 11. 9. 11:35

 

 

회사 계장인 박온달을 남편으로 둔 아내 현주는 전업주부이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자신이

남편을 출근시키고 낮잠을 자고, 매일 회사일로 늦게 퇴근하는지, 바람피우고 들어오는지 술에 취해 늦는 남편 때문에 자신도 느슨해지고, 삶이 재미가 없다. 친구 신애가 와선 한 술집에서 남편이 여자를 끼고 술 마시는 걸 봤다고 한다. 그럴 리가 있겠냐고 말은 대수롭지 않게 했지만 속으론 화가 치민다. 그 날 평상시와는 달리 남편이 일찍 귀가하자 기계처럼 돌아가던 이 가정에는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서로의 부부가 아니라고 실랑이를 벌이고 결국 아파트 관리인까지 출두한다. 끝내 부부 사이임이 확인되자 아내는 기절하고 남편은 관객을 향해 절규한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돌아가게 만드는가? 도시의 소음인가, 아니면 사회의 부조리인가, 아니면 우리 마음속의 악마인가, 나와라! 우리 안방의 부부가 진짜인가, 감별해볼 컴퓨터를 장치하게 하는 자, 이리 나오라!’

 

기계화, 도시화로 인해 빚어진 인간의 비인간화. 또 그것을 웃어넘길 수 없는 작가의 날카로운 인간 고발을 담았다.

 

 

호영송(扈英頌.1942.5.17∼  )

   시인ㆍ소설가. 경기도 파주 출생.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1962년 시집 <시간의 춤>을 간행. 1965년 <호영송 시집> 간행. 1973년 계간 [문학과 지성]에 단편소설 <파하의 안개>를 발표하여 소설가로서 등단. [60년대사화집(詞華集)] 동인.

  그는 첫 창작집 <파하의 안개>에서 보여주었듯이, 권력에 속박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삶의 존재론적 의미를 탐색하는 문학세계를 열어왔다. 첫 장편소설인 <내 영혼의 적들>은 80년대 전반의 5공화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순진무구한 한 인간이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게끔 옥죄는 것들에 대해 고발한다. 내 영혼을 좀먹는 적들로서는 정치폭력이나 이데올로기가 그 대표적인 것들이지만, 권력의 힘에 굴복하는 지식인의 모습 또한 그것들 못지않은 적들임을 이 소설은 일깨워준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들은, 폭압적인 시대상황이 인간을 어떠어떠한 유형으로 변질시키는가를 확인하면서, 우리들 각자는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를 반성함과 아울러 각 등장인물들이 펼쳐가는 삶을 통해 재미와 슬픔, 감동과 반성, 분노와 부끄러움을 꼼짝없이 통과하게 된다. 동국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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