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실론 섬의 한 해안마을에 두 젊은 친구가 있다. 부족의 족장인 주르가와 오랫동안 고향을 떠났다가 이제 막 돌아온 나디르는 매우 절친한 관계였으나 한 때 레일라라는 여인을 동시에 사랑해 연적의 세월을 보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도 없고 둘의 우정을 아무것도 방해할 것은 없다며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다. 그때 먼 나라에서 매년 브라만교의 고승인 누라바드가 데리고 오는 새로운 무녀가 당도하고, 주르가는 그녀에게 무녀로서 평생 베일을 벗지 말고 처녀로 지내며 진주 조개잡이들의 안전을 위해 빌 것을 맹세시킨다. 나디르는 그 무녀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레일라임을 알아차리고, 레일라 역시 나디르를 알아본다. 누라바드는 레일라에게 서약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레일라는 과거에 한 남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비밀을 지킨 이야기를 하며 자신은 약속을 어기지 않음을 강조한다. 누라바드가 나간 후 나디르는 레일라에게 다가가 이제껏 쌓아온 사랑을 고백하고 레일라는 함께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나디르의 품에 안기고 만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둘의 모습은 발각되어 누라바드는 둘을 벌하려 한다. 그때 그곳으로 달려온 주르가는 족장인 자신에게 둘에 대한 처벌의 권리를 달라며 둘을 용서하자고 말하지만 이내 그 무녀가 레일라임을 알고 다시 한 번 벌어진 일에 대한 배신감으로 나디르와 레일라에게 사형을 명한다. 둘에게 사형을 명한 것을 내심 후회하고 있던 주르가에게 레일라가 찾아와 나디르를 살려달라고 부탁하자 주르가는 질투심에 불타 더욱 용서할 수가 없다. 처형준비가 완료된 그때에 주르가는 레일라가 걸고 있던 목걸이를 보고 그녀가 자신의 생명의 은인임을 알게 되고 마을에 불을 내 사람들의 관심을 돌린 후 두 사람을 안전하게 도망시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누라바드는 마을사람들에게 주르가야말로 이 일의 원흉이니 그를 죽이라고 명하고 주르가는 몰매를 맞아 죽어가며 레일라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이 작품에서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소재들이 고스란히 잘 드러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이국적인 정서, 두 번째는 무녀의 등장이다. 사실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낭만성 가득한 환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는 머나먼 실론섬을 배경으로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이 극은 관객들을 신비로운 분위기에 잠기게 만들었다. 거기에 이국취향의 선율과 동양적인 무대미술이 합쳐지면서 관객들이 경험하는 그 분위기는 배가되었다. 신성과 함께하기 위해 남자를 멀리해야만 하는 무녀의 이야기는 사랑이야기를 주로 하는 당시 연극에서 다루기 좋은 소재였다. 독신이거나 처녀여야만 하는 운명을 저버리고 사랑을 택한 더욱 극적인 사랑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더욱 흥미로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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