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현숙 '너를 어떻게 하랴'

clint 2016. 11. 13. 11:21

 

장막희곡 <여인>, 일명<너를 어떻게 하랴>제작극회 제14회 공연 (연출 김경옥, 명동예술극장)


한 섬에 살고 있는 여인과 동네의 청년, 그리고 그 청년의 친구간에 사랑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검산도라는 섬에 옥희는 성초란 동네 청년으로 부터 구혼을 받는다.. 그리고 동네 부모들도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나 옥희는 성초의 대학 친구인 철호를 좋아한다.. 그리고 옥희의 동생인 옥순이는 그런 성초를 사모하는데.. 마침 철호가 이곳을 방문하게 되고 자연 둘의 사이는 더욱 가까워진다. 그리고 얼마후 임신을 하게된 옥희는 연락이 끊긴 서울로 가게되고 성초 부를 통해 철우가 결혼하였다는 소식을 듣는다. 미라와 결혼하게된 철호는 처가의 지원으로 쉽게 병원도 개원하고 자리를 잡았으나 결혼생활은 평턴치 않다. 분방한 미리는 결혼전 애인과 계속 만나고 있고 돈 협박을 받고 있디.. 그리고 남편에게 오는 모든 편지를 차단하기도한다.. 그래서 모든 연락이 서로 끊어진 것이다. 친구인 성초가 철호를 찾아와서 옥희 소식을 전한다.. 임신 했다는 것도.. 다시 시간이 흐르고 고아원의 교사로 일하는 옥희는 아이들을 진정으로 가르치면서 자신 다독인다. 성초는 동생인 옥순과 결혼하게 되고 미라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후 교통사고로 사망한 철호는 옥희와의 결혼을 원하나 옥희는 자신이 꼭 필요한 아이들에게 남겠다고 청혼을 거절한다..

 

 

 


박현숙이 본격적으로 문단에 데뷔한 것은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막희곡<항변>이 입선하면서부터다. 이듬해인 1960년에 역시 같은 신문에<사랑을 찾아서>가 가작으로, 그리고 1961년에는<땅 위에 서다>가 당선됨으로써 당당한 신인극작가로 연극계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1960년, 박현숙의 등장은 김자림과 더불어 우리 연극계에 본격적인 여성작가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두 작가가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의 여성극작가라면 심재순, 나혜석, 김명순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은 각각 한 편씩의 희곡만을 남겼으므로 본격적인 의미의 극작가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두 여성극작가의 탄생을 기점으로 하여 우리 연극사에서도 본격적인 페미니즘 연구가 가능해졌으며, 여성 시각을 통해 본 세계가 더해졌다는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극평론가 이미원은 “박현숙의 작품 세계는 여성작가답게, 사랑과 가정에 그 중심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봉건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부나 남녀간의 사랑이 빚는 애증을 통해 가정을 그렸으며, 결말은 항시 휴머니즘적이며 건전한 상식을 강조한다. 그러하기에 가정 내의 여성 입장을 그렸으면서도 그 시각이 항시 조심스럽고 보수적이어서, 급진적 페미니즘의 시각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그러나 여성작가에 의해 여성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의의를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현대극작가연구>, 이미원, 연극과인간, 2003) 라며 박현숙의 등장이 갖는 연극사적 의의를 강조한다.

 

 

 

박현숙은 20대에 6·25전쟁을 겪고 등단하여 임희재, 오상원, 이용찬, 하유상 등과 함께 활동했던 전후 작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최근까지도 신작 희곡을 발표할 만큼 왕성한 창작 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전후 작가’라는 세대 구분은 그녀가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시기에 비중을 둔 평가이다. 박현숙이 연극계에 데뷔했던 1950년대 후반은 희곡과 연극에서 사실주의 기법이 퇴조 현상을 보이면서 비사실주의 기법들이 실험되기 시작했던 시기이다. 물론 비사실주의 기법은 사실주의 희곡에 비해 양적으로는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신인작가를 막론하고 중요한 창작 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박현숙도 사실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비사실주의 기법을 부분적으로 도입하면서 다양한 기법의 변화를 시도했던 작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자신이 살아왔던 시대상을 작품 속에 투영하고자 했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일제시대, 6·25전쟁, 남북분단, 4·19혁명 등 역사적 사건을 다룬 것들이 많다. 특히 여성작가만의 섬세한 감각으로 역사적 사건을 가정으로 끌어들여와 한 가정 내의 인물들이 역사적 사건들과 어떻게 부딪치고 희생되며, 견디어 내는가 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박현숙은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핵심을 관통하며 우리 사회와 정치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을 시도했던 최초의 여성극작가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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