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명섭 '이사하는 날'

clint 2016. 5. 10. 12:57

 

 

 

서울 근교의 전원주택에 젊은 부부가 이사를 오고 잠시후 중년부부가 이 집으로 같이 이사를 온다. 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등기를 확인하고는 전 주인한테 사기를 당한 것을 알고 두 집은 다소 껄끄럽지만 같이 동거하면서 이 집을 지키고 사기꾼을 잡기로 하는데... 그러나 덕칠이란 사기꾼이 나타나고 집값을 전부 돌려주겠닥 하는데 그 배경에는 이 집이 도로공사계획에 잡혀서 그 보상금을 주고 도로공사에서 매입한다고 하는데 그 금액이 시세의 6배나 되는 6억이다... 그래서 다시 이 두집은 싸우게 되고 그러는 사이 경찰이 들리고 전직 공무원의 뇌물 수수죄로 중년 남편을 잡아가고 다시 평온을 찾을 무렵 사채업자들이 들이 닥친다.

 

 

작가의 말

솔직히 부끄러운 작품이다. 하지만 나에게 첫 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고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나에겐 행복한 작품이다.
 
 
심사평 
아래는 이 작품에 대해 공식적으로 평해 준 심사평이다. 이 심사평에 '마지막까지 많은 고민'라는 말에 울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비록 신춘문예에서는 낙방했지만 타 문학상에서 받게 되어 그나마 손을 털게 된 작품이다.
속전속결의 부담을 안고, 이틀을 고심한 끝에 결론을 찾았다.
 역시 희곡은 사회의 반영이며, 인생의 거울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년에 비해, 달라진 것은 응모편수가 줄었다는 것과 창작 수준이 향상되고 평준화되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TV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통속적인 소재의 취택과 삶의 진지성을 천착하기보다는 사소한 에피소드적 소묘가 많았다는 점이다.
 희곡은 기본적으로 관객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무대화에 결함이 없어야 한다. 그 다음에 비로소 문학적 기교나 표현방법이 중시되는 것이다. 이번 심사를 통해서 느낀 가장 아쉬운 점은 주제의 설정이었다. 희곡의 문학적 형상화라든지, 연극적 재미를 위한 구성과 표현의 참신성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의식이다.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고, 문화와 예술을 창조하는 작업도 결국은 바람직한 삶을 구가하려는 인류의 희망과 의지의 표현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문학지망생은 진지한 인생탐구가 선행되어야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2차선에서 10편(문정련, 최유화, 이미영, 조연미2, 이주연, 이형숙, 이명섭, 김명철, 정미진)을 뽑았다. 그 중에서 다시 최종심으로 `범인을 잡아라'(김명철), `손님'(이형숙), `이사하는 날'(이명섭), `항아리의 꿈'(정미진)을 선정하였다.
 `범인을 잡아라'는 김태호의 사고 사망에 대한 재판과정을 통하여 세태를 풍자한 희극으로서 극적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책임을 전가하는 불신사회의 총체적 비리를 희화시키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마지막 장면처리가 산만하게 마무리되어서 아쉬웠다. 한 두 장면이 더 보완된다면 좋은 작품이 되겠다.
 `손님'은 봉팔과 태수를 통해서 지하철 노숙자의 하루를 묘사하는데 있어서 등장인물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참신하였다. 그러나 주제의 형상화에 있어서, 이쁜이로 불리는 장미와 박카스, 봉팔과 노인과의 관계, 그리고 횡재한 돈 뭉치에 대한 의미를 좀 더 구체화시켰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사하는 날'은 물신숭배와 에고로 점철된 속물들을 통매한 세태풍자의 작품이다. 소재와 주제의 설정이 좋았고, 극적 구성이 돋보인 작품으로서 최후까지 망설이게 하였다. 그러나 극적인 상황에 대한 사실적 묘사에 치중하였기 때문에 등장인물을 통한 작가의 내성이 증폭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항아리의 꿈'은 무면허 산부인과 의사인 만호를 통하여 삶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저질러 놓은 잘못된 것들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항아리 속으로 기어드는 원초적 본능을 잘 표현하였다. 항아리로 상징된 원초적 고향(자궁)에 안주하고픈 만호의 내면적 의식을 교통사고, 낙태수술, 생선, 개 세끼들로 연결시키면서 또 다른 자아로 설정된 대철에게 자신의 죄를 전가시키는 극적 기법과 구성이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되어서 당선작으로 뽑은 것이다. 한옥근(희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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