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강백 '황색여관'

clint 2016. 5. 10. 10:43

 

 

 

 

 

황사바람이 극심한 희뿌연 아침, 허허벌판 한가운데 황색여관이 있다. 주인과 아내는 시체들을 치우며 돈 될만한 것들을 챙기고주방장과 처제는 매일매일 죽어나가는 일상에 지쳐 떠나려 한다. 주인은 손님들 중 한 명이라도 살아남으면 여관을 물려준다는 약속을 한다은퇴자, 변호사, 사업가는 이층 비싼 방에 머무르고, 외판원 ,배선공, 배관공, 대학생은 싼 일층 방에 머무른다그러던 중 사업가가 가방을 잃어버리고, 일층 투숙객들의 짓이라 속단하고 배선공과 배관공은 사업가를 죽이고 마는데

 

 

 

 

 

 

인간 내면의 탐욕과 공격성을 냉소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연극 <황색여관>은 세대 및 지위에 따라 발생하는 인물 간의 갈등구도, 가치관 대립 등 지금 우리 시대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연극 <황색여관>10년 전에 쓰여졌던 대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우리네 현실을 지독할 만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려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극 중 허허벌판에 있는 허름한 여관을 운영하는 억척스러운 세 자매와 그 여관을 방문하는 사업가, 변호사부터 외판원, 배관공, 학생 등 다양한 지위와 성향을 가진 인물들이 한데 모이게 되면서 겪는 갈등을 극대화시킴으로써 이들의 모습이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전한다. 이처럼 연극 <황색여관>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회구조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맹렬한 비판 대신 우화적인 표현과 은유로 보여준다.

 

 

 

 

 

<황색여관>은 황사바람 속 여관에서 벌어지는 투숙객들 간의 살인을 그린 작품이다. 그곳에 투숙한 손님들은 서로 다투다가 결국 한 사람도 살지 못하고, 이러한 황색여관의 참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반영하고 있다. 화해하고 타협하는 경험을 갖지 못한 채 늙은 세대와 젊은 세대가 맞부딪히는 황색여관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젊고 가난한 인간 군상과 나이든 무리가 서로 믿지 못하고 하룻밤 사이 몰살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와 세대간 소통의 부재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극작가로 꼽히는 이강백(60.서울예대 교수)씨가 7년의 장고 끝에 탄생시킨 ’황색여관(黃色旅館)’ - 오태석연출로 초연공연.

 

 

 

 

 

이강백씨는 “등장인물이 서로 살육하며 핏빛이 낭자한 작품이기 때문에 2000년에 올리기에는 부적절했다”면서 “국립극장에서 꼭 해야된다는 고집이 있었는데, 운명이 맞아 떨어지려 했는지 지난해 부임한 오태석 감독이 요청해와 7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색여관’은 이씨의 설명처럼 탐욕에 찌든 인간 군상이 하룻밤 동안 벌이는 피튀기는 살육전을 그리고 있는 작품. 늘 황사에 뒤덮여 시계(視界) 제로의 황량한 벌판에 자리한 황색여관에서는 항상 손님들이 거창한 이념이나 명분이 아닌 사소한 다툼 끝에 죽어나간다. 이런 손님들 속에서 여관 주인과 아내는 아무렇지 않게 시체에서 돈 될만한 것을 챙기며 일상을 시작한다.

 

 

 

 

 

이강백은 ’황색여관’을 착상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밀레니엄을 앞두고 전세계가 축제 열풍에 휩싸였을 때 문득 다가올 세기가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말과 행동이 전혀 안 통하는 이질적인 세대가 섞여살며 구세대와 신세대의 싸움이 불길하게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리라 예상했지요.”
“노무현 정부 들어서 가장 큰 화두가 평등 내지는 분배 아니겠어요? 가령 386을 비롯한 뒷 세대는 ’강남 사람만 사람이냐’고 대들며 공정한 분배를 부르짖는 반면 기존의 기득권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용납하지 못하는 거죠.”
그는 이런 현상이 노무현 정권의 특성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 시대 흐름상 필연적인 결과라고 진단한다.
“인류 역사상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유가 성취된 다음에는 언제나 평등 문제가 대두되기 마련이었거든요. 한국은 4.19와 광주학살사건 등 많은 희생을 통해 민주화를 성취했는데, 평등을 성취하려면 이보다 큰 희생과 질곡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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