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윈드롭 파크허스트 '거지와 왕'

clint 2026. 7. 16. 05:53

 

 

 

화려한 궁전 안, 왕은 왕좌에 앉아 휴식을 취하려 하지만 창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빵을, 내게 빵을 주시오!" 라는 한 거지의 부르짖음 때문에 극도로 짜증이 난 상태다. 
왕은 하인에게 당장 그 거지를 쫓아내라고 명령하지만, 경비병들이 아무리 쫓아내도 
거지는 계속 돌아와 울부짖는다. 결국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왕은 거지를 직접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방 안으로 들여보내라 명령한다. 왕의 거실에 들어온 거지는 누더기에 
굶주린 상태였지만, 왕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고개를 숙이지도 않는다. 왕이 무례를 
꾸짖자 거지는 "굶주림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며, 자신에겐 살아갈 '빵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왕에게는 베풀 의무가 있다고 당당하게 맞선다. 왕은 자신의 권력을과시하며 거지를 
위협하지만, 거지는 자신의 나무 지팡이를 내리치며 이것이 '굶주린 자들의 거대한 군대'를 

다스리는 자신의 지휘봉이라고 말한다. 화가 난 왕이 거지의 혀를 자르겠다고 협박하자, 
거지는 자신의 혀를 잘라도 바람과 빗소리, 모든 벽이 "빵!"이라는 외침을 외칠 것이라며 
인간의 본질적인 굶주림은 죽여서 없앨 수 없다고 경고한다. 거지의 당당함에 왕은 점차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고, 하인에게 당장 경비병을 불러 거지를 지하 감옥에 가두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급하게 나갔던 하인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돌아와 거지의 외침을 들은 

수많은 굶주린 군중이 이미 궁전 문 앞을 포위했다고 한다. 어디선가 "문은 잠글 수 있어도, 

굶주림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는 말과 함께 거지가 유유히 궁전을 걸어나간다. 
공포에 질린 왕은 창문을 모두 닫지만 순간, 궁전 밖에서 수천 명의 군중이 일제히 외치는 
거대한 함성이 천둥처럼 울려 퍼진다."빵을 주시오! 우리에게 빵을 주시오!"
왕이 귀를 막고 왕좌에서 덜덜 떨며 극이 막을 내린다.

 



왕은 궁전 안에서 자신의 안위와 사치만 챙길 뿐, 백성들의 고통에는 무감각하다. 
반면 거지는 굶주린 민중을 대변하며 권력의 부조리를 매섭게 비판한다. 
결국 민중이 힘을 합쳐 궁전을 포위하는 결말은 압제에 맞선 민중의 승리를 보여준다.
왕의 권력은 군대와 강제력에 기반하지만, 백성들이 더 이상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순간 
순식간에 무너진다. 진정한 힘은 억압하는 자가 아닌, 생존을 위해 뭉친 다수에게 있음을 
시사한다. 왕은 거지를 감옥에 가두거나 혀를 잘라 외침을 막으려 하지만 거지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와 고통은 물리적인 폭력으로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해결책인 빵을 주지 
않는 한 부조리에 대한 저항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다.

 


작가 윈드롭 파크허스트(Winthrop Parkhurst)가 1918년 무렵 처음 쓰여 

극장에 소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식 텍스트는 1921년 미국 출판사

(Atlantic Monthly Press)가 발간한 현대 단막극 선집인 

<The Atlantic Book of Modern Plays>에 수록되면서 알려졌다.

 

Winthrop Parkhur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