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근삼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

clint 2015. 11. 13. 19:22

 

 

신성하고 착한 공룡이 반드시 한반도에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허거집은 이번에도 공룡의 발자국을 보러 가다 풍량을 맞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고가 있었다. 이 소식을 듣고 차남 차수는 고향을 찾고 때마침 허거집의 장남 장수도 멀리 캐나다에서 혼자 귀국한다.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서’. IMF관리체제가 시작된 이후 정신적 중심을 못잡고 방황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평생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 신성한 공룡이 반드시 한반도에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실직과 상처(喪妻)의 아픔을 겪은 차남 등 가족들이 고집센 아버지와 의견충돌을 일으키며 갖가지 소동을 벌인다. ‘신성한 공룡’으로 상징되는 정신적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근삼 서강대교수 특유의 유머와 날카로운 경구가 어우러져 블랙코미디의 지평을 보여주고 있다. 물질적 풍요속에 정신적 가치를 잃어가는 우리 현대인을 공룡에 비유하며 우리가 잃고 있는 것,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글
"恐龍의 발자국을 찾아서"는 서울 시립극단의 김의경씨의 청으로 쓴 작품이다. 몇 년 전 제자들과 남해안 三千浦, 固城 근처를 여행하다 공룡의 발자국이 제일 많다는 바닷가에 갔다 관광객도 있었고 외국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안내원은 공룡의 발자국에 대해 설명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것이 소나 말의 발자국인지 단순한 풍화작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들끼리도 그런 것 같다, 웃기는 얘기다 하며 떠들었다. 그런데 안내원은 무슨 뚜렷한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거의 맹신하고 있다. 그 사람은 그렇게 믿고 사람들을 안내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심지어 공룡을 보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못 믿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보다 행복할지도 모른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때 만났던 안내원의 모습이며 나는 그를 통해 목표 없이 부유하는 우리들의 모습도 그려보고 싶었다. 여무영, 박봉서, 윤주상, 주진모군들이 성의껏 연기를 해주었고 장면마다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발휘한 최용훈군의 연출이 인상 적이었다. 최군은 망령이 등장할 때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나오게 해, 걷는 것이 아니라 망령이 흘러 다니는 느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