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곽노흥 '새벽비'

clint 2015. 11. 13. 17:13

 

 

여자의 연기는 모노드라마 적이어야 한다.
무대에 불이 들어오면 여자가 홀로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여자의 정면에는 대형거울이 걸려있고 그 속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시니컬한 미소를 흘리고 있다. 불빛이 약간 흐려지면 정적을 깨고 들려오는 천둥소리 그리고 파도소리, 스니크인으로 어디에선가 울부짖는 여인의 흐느낌이 점점 신음처럼 크게 들려오고 있다. 여자 창가로 가며 커튼을 젖히는 순간 천둥소리와 번갯불이 작렬하며 천정에서 떨어지는 피투성이의 여자의 시신. 차가운 조명이 시신위로 스폿 되면 여자, 마치 환상과 착시에 빠진 듯 주저앉으며 비명을 지른다. 벗겨진 몸 위로 붉은 선혈이 낭자한 채 엉겨 붙어 있고 하반신은 피로 물든 성조기로 가려있다. 무대 잠시 어두워지면 비행기 이륙소리와 오버랩으로 들려오는 미국 국가. (침묵)
스포트라이트 사라지고 무대 다시 평정을 되찾으면 여자, 악몽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테이블에 앉아 거울을 응시하고 있다. 이때 어디에선가 환청 같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소리 : 그녀의 죽음에 사죄하며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그러나 범인에 대한 한국경찰과 검찰의 구속수사는 한미행정협정에 의해 불가능한 일이므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첫 장면이 쇼킹하게 시작되는 곽노흥의 새벽비는 한 외딴 섬 호텔방에서 시작된다.
재미교포인 남자와 결혼하게 되어있는 여자는 곧 미국으로 떠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딸인 분이를 외갓집근처에 떼어놓고 온게 영 마음에 걸리나보다. 악몽에 시달린다.
남자가 들어오고 그들은 분이에 대한 걱정을 하지만 곧 잊고 사랑을 나눈다.
잠시후 그들은 과거 얘기를 한다. 분이는 자기 친 딸이 아닌 예전 기지촌에서 줄리란 여자의 딸이란다.
그러나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한테 배신을 당하고 결국은 죽었는데... 결혼 전에 자신이 맡아서 엄마 이상으로
키웠단다. 그러나 남자는 조금은 반응이 나타나는듯... 결국 여자는 이 남자가 그 줄리를 농락한 그자 임이 밝혀지고
미군보다 더 악랄한 한국계 미군의 만행이 드러난다. 결국 분이도 이 남자의 딸로 밝혀지지만 그녀도 살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