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만큼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작품이다. 어수선한 사회, 육체와 정신이 갈갈이 찢겨진 사람들, ‘이 풍진 세상…’은 한국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까발리며 그 원인이 서구문명에 대한 무분별하고 무비판적인 수용에 있다고 꼬집는 고발극에 가깝다. 연극엔 남녀의 인연을 맺어주고 혼인을 관장하는 월하노인, 생명의 포태와 출산을 주재하는 삼신할미가 등장해 인간 내면의 본질, 순수, 진실을 찾는 여정을 노래한다.
줄거리
어느 지방 소도시, 남녀의 인연을 맺어주고 혼인을 관장하는 월하노인과 생명의 포태와 출산을 주재하는 삼신할미는 탁한 세상과 변해 가는 인심에 손을 놓아버리고, 시장통 한구석에서 고물이나 주우러 다니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 노인과 할미는 점집을 차려놓고서 사주팔자, 궁합 등을 보며 혹세무민하는 판수를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판수는 '인생출발 상담소'라는 그럴듯한 간판을 걸어놓고 사람들을 위협, 부적을 쓰게 하여 먹고사는 위인인데, 혼인을 성사시키기보다는 주로 자기 이익에 눈이 어두워 다된 혼사를 깨곤 한다. 판수에게는 덕실이라는 과년한 딸이 하나 있다. 덕실은 디자인 학원을 다니며 프랑스 유학을 꿈꾸는 처녀이다. 시장 어귀, 순대와 김밥을 파는 금산댁에게는 눈먼 아들 호영이 있다. 장암 선고를 받은 금산댁은 자신이 죽으면 아들이 어찌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서 죽기 전에 마음 착한 색시와 짝을 맺어주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다. 삼신할미와 월하노인은 모처럼 연분다운 연분을 맺어줄 욕심으로 이 일에 개입한다. 삼신할미는 금산댁의 꿈에 나타나 개안수를 찾아 호영을 길떠나 보내라고 현몽하고 금산댁은 사례비를 걸고 길동무가 될 처녀를 구한다. 평소 금산댁의 재산에 침을 삼키던 판수의 주선으로 덕실은, 유학비용을 마련하겠다는 욕심에 이 일을 돕는다. 여기에 판수의 고향선배이자 지역신문 영업소장인 석숭이 금산댁의 재산을 탐내 개입하는데, 사실 그는 장기 매매 브로커였다. 여비를 빼돌려 프랑스로 도망가려던 덕실은 계획대로 호영을 버리고, 덕실이 달아난 사이에 호영은 석숭의 유인으로 납치돼 신장을 잃는다. 가책에 못 이겨 호영에게로 돌아온 덕실은 한발 늦게 이 사실을 알게되고, 덕실은 심한 자책감에 휩싸인다. 여행은 중단되고, 시장으로 돌아온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금산댁의 죽음이다.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호영과 덕실 사이에는 사랑과 연민의 감정이 싹트고, 그들의 주변에서 열심히 삶을 꾸려오던 덕충과 미스 리, 그리고 노처녀 전도사 심순과 홀아비 판수 사이에 던져진 연분의 씨앗은 서서히 그 싹을 틔운다. 이것을 바라보던 월하노인과 삼신할미는 결국 인간의 의지와 노력만이 사람의 성장과 결실을 꽃피울 수 있음을 '이 풍진 세상의 노래'에 담아 부르며 또 다른 연분을 찾아 길을 떠난다
장 성희
1965년 강원도 영월 출생
1989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6년 중앙대 대학원 연극학과 졸업
1992년 월간<한국연극>연극평론 추천
1993년 월간<객석>예음상 연극평론부문 입상 연극평론 활동시작
1996년 국립극장 대본 공모 창작부문 입상
199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1998년 대산문화재단 문학인 창작지원 희곡 부문 선정(이 풍진 세상의 노래)
○ 공연 작품
1997년 신춘문예 당선작 기념 공연<판도라의 상자>(극단 백수광부)
1998년 극단 반딧불이 창단 공연<이 풍진 세상의 노래>극단 작은신화 우리 연극 만들기 <길 위의 가족>
1999년 극단 연우무대 서울 연극제 공식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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