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 62

아고타 크리스토프 '길'

먼 미래의 어떤 시대라고 상상하자. 땅은 모두 콘크리트로 덮여 있고, 길 밖에 없다. 다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길에서 태어나고 길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차가 순환하며 운행하도록 건설된 길을 걷는다. 자동차는 오래전부터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버려진 고물일 뿐이다. 사람들은 그런 자동차들을 '피난처'라고 부른다. 인류는 원시시대로 돌아가버렸고, 문명의 시대는 그저 '전설'로만 알려져 있다. 전설은 태양, 별, 땅, 진흙, 꽃, 풀, 나무, 그리고 집들을 이야기한다. 미신일까, 사실일까? 어떤 이들은 사실이라 믿고 있다. 또 다른 어떤 이들은 태초부터 지구는 콘크리트와 안개로 뒤덮여 있는 거라 생각한다. 의문점들은 다음과 같다. 이 길들은 어디로 이어지는가. 끝이 있는가. 방향 표지는 왜 있는 ..

외국희곡 2023.07.01

안정민 '사랑연습-갈비뼈타령'

창작집단 빨간 수염은 런던 인터내셔널 마임 페스티벌의 초청 메일을 받는다. 이번 런던 인터내셔널 마임 페스티벌의 키워드는 신화이다. 그들은 동양의 신화를 극화한 작품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창작 집단 빨간 수염에게 한국의 신화를 연극으로 소개해줄 것을 부탁한다. 주최측은 특별히 한국의 판소리라는 신기한 것에 매료되었으니, 판소리+신화+한국적인 것의 조화로 지원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종용한다. 창작집단 빨간 수염의 단원들은 그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신화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떤 신화도 그들의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결국 그들은 신화 중에 하나를 선택해 다시 쓰기로 한다. 당곰 신화를 다시 쓴 그들은 그것을 판소리로 흉내 내어 쇼케이스 비디오를 찍고 런던에 보낸다. 런던 사람들은 한..

한국희곡 202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