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의 16번째 작품 『아담도 이브도 없는』은 그녀가 16년 전쯤(매년 한 권씩이니 작가로 데뷔하기 직전) 16년 만에 (그녀는 일본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았다) ‘운명을 완수하기 위해’, 말하자면 일본여자가 되기 위해 다시 일본 땅을 밟으면서 시작된다. 일본어를 빨리 배우기 위해 그녀가 슈퍼마켓 게시판에 쪽지를 남긴다. ‘프랑스어 과외, 흥미로운 가격.’ 전화를 걸어온 건 스무 살 청년 린리, 콘크리트 성에 살며 하얀 벤츠를 몰고 다니는 갑부의 아들, 말하자면 현대판 백마 탄 기사님이다.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공주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치는 중세 기사처럼 행동하고, 난데없이 템플 기사가 되겠다고 고집을 부리기까지 한다. (아멜리의 손에 들러붙은 스위스 퐁뒤를 이빨로 갉아내는 그의 모습을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