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미그룹의 회장 장만호.
얼마전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까지 받은 인물이다.
고향에 아미화학이란 공장을 세워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그곳엔 장회장의 공덕비까지 세워졌다.
가족은 부인과 외동딸 현애가 전부이고 일요일에도 일한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친다.
고향에 세운 화학공장으로 인해 주변 농사는 망치고
게다가 인근 주민들의 알 수 없는 피부병으로 말이 많아진다.
군청, 도청에 진정서를 내고 원인규명을 요구하나 감감무소식이자
이 지역 국회의원인 윤학도를 찾아 올라온 주민대표들.
이들 앞에서는 자신 있게 아미화학공장의 관련 여부를 조사하여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이 없게 하겠다 큰소리 치던 윤의원은
그들이 가고 나자 장회장에게 전화하여 동향을 알린다.
그리고 며칠 후, 이들은 조용히 만나 장회장이 돈을 주고
윤의원은 잘 무마시키겠다고 한다. 일종의 정경 커넥션관계이다.
그러나 장회장의 외동딸 현애가 집을 나간다.
아빠에게 남긴 쪽지에 "국가의 훈장도 받을 정도로 자랑스런 아빠에게
모든 사람이 돌을 던지는 걸 모르느냐"고 쓰여있다.
장회장은 대학생인 딸의 이 말에 흔들린다.
1980년. 6월, 극단 동인극장이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공연한 작품이다. (김인경 연출)
재벌 문제, 특히 재벌회사 공장의 공해 유발로 인한 환경피해와
주민의 건강피해를 연극화한 첫시도로 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70대 후반, 80년대 초로 당시에는 국가 중화학공업육성정책으로
인하여 개인보다는 나라 경제성장이 더욱 중요한 때라 감히 정부에 부정적인 기사 한줄도
검열되어 수정되거나 삭제되던 때이니까. 거기에 더하여 윤학도의원과 같이
표를 의식한 주민대화를 하며 뒤로는 정보를 팔고
재벌을 옹호하는 정경커넥션도 선보이는 작품이다.
당신과의 잡담- 작가의 글 (장희일)
1億원 - 큰 돈이다. 하지만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돈이며 숫자인 것이다. 아라비아숫자로 써놓으면 0이 몇 개인지도 나는 아직 모른다. 하긴 알 필요도 없지만....... 적어도 내게는 億이라는 수치이 왜 그리 생경하고 두려운지 수학을 배우던 입시시절에도 구경 못했고 지금까지도 億에 대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내 사고반경에서는 1億원 이상 가진 사람은 모두 재벌이라는 참으로 한심하고 가련한 생각을 하게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강남 쪽에 반반한 집 한 채라도 가진 사람은 모두 재벌이게? 그러니 이런 나를 남편과 애비로 둔 妻子의 불행은 낯간지러워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예라 모르겠다. 戲曲이나 하나 써서 劇中에서라도 재벌 한번 되어보자고 쓴 것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고 말았다. 재벌에 대한 아무런 애증도 갖고 있지 않던 평소의 소신이 이상하게도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역시 나는 쐬주나 마시며 뻐얼건 얼굴로 집에 돌아가는 “張부장”에서 내 실상을 찾을 수 밖에..., 이젠 때려죽여도 재벌 이야기는 쓰지 않을 참이며, 물론 기적이야 없겠지만 재벌은 되지 않을 작정이다. "자아식! 재벌 좋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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