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설유진 '초인종'

clint 2025. 4. 18. 17:03

 

 

해외에서 작가 생활을 하던 수아 9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다.

치매가 있는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아버지가 어항에 두고 키우는 물고기가 그를 맞는다.

어딘가 어색하고 위태로운 가족이다.

수아는 아버지와 눈을 맞추는 것조차 불편하다.

아버지는 뭔가가 고장 나는 것에 과도하게 민감하고

세상에 못 고치는 게 어디 있어?”란 말을 달고 산다.

수아가 9년이나 가족을 떠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수아와 가족의 사연이 드러난다.

수아가 무슨 책을 읽는지와 책상 의자를 어떤 방향으로 놓는 지까지

통제하던 권위적인 아버지의 억압

수아가 문단의 권위자에게 당한 성폭력 등이 그 중심에 있다.

 

 

 

 

극이 부조리를 그릴 때마다 김광규의 시 안개의 나라

한 토막씩 나와 극과 어우러진다.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목처럼 초인종 소리로 들어야 할 것을 은유하지만 그마저 쉽지 않다. 

가해자는 물론 수아네 가족조차 초인종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아버지는 내가 다 고쳐놓겠다며 밤중에 혼자 집을 나선다. 

아버지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고장난 것을 고쳐놓는다. 

극 말미는 작품의 백미다. 

배우들은 관객에게 마이크를 주고 극에 참여시키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풀고

우악적인 유쾌함을 만들어내더니 마침내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악의 피해자였던 수아네 가족이 결국엔 악이 돼버리는 모양새를

강렬한 무대 연출로 폭발시킨다.

 

 

 

 

작품을 쓴 설유진은 

안개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다 안개가 돼버리고만 사람들의 이야기 라고 소개했다.

안개’ ‘고장 고침’ ‘초인종’ ‘물고기 등의 상징적 소재를 엮은 짜임새가 튼튼하다.

 또한 물고기’ ‘생각 등을 의인화하고, 

사각의 무대를 삼각으로 틀어 불안정의 정서를 조성한 점 등은 연극성을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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