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은경 'The Dark'

clint 2025. 4. 19. 15:51

 

 

생일날 아침. 오랜 세월동안 혼자 지내온 남자, 
그리고 아무도 없는 남자의 방. 그리고 또 다시 돌아온 
남자의 생일날,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 
남자는 자신의 생일날 누군가를 기다린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흘러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다시 고독하다. 남자는 매우 실망한다.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인다.
그러면서 무의식중에 피어오르는 죽음의 망상.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혼자'라는 사실은 변함 없이 똑같다. 

그 속에서 남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죽음의 충동을 느끼고, 

이내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도 하고, 다시 죽음의 망상을 만나게 된다.
죽음의 망상이 두렵다. 그리고 숨이 막힌다. 

하지만 남자의 방에는 고독. 외로움을 함께 나눌 아무도 없다.
또다시 끊임없이 이어지는 죽음의 망상.
남자는 고독이라는 무서운 존재와 싸우고 있다.
자꾸 남자에 게로 다가오는 고독이라는 거대한 늪.
남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얘기하기 시작한다.
그 고독, 단절, 외로움 속에서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할 수
없이 헤매이는 남자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마치 꿈속에서 처럼. 남자는 여러 사람들을 불러 들이고, 
시끌벅쩍한 생일을 맞이한다. 오로지 남자 만의 세상에서.
그리고 다시 남자는혼자 맞이한 생일 속에서 또 다른 비상을 꿈꾼다.
생일날 밤이 지나고.... 

그리고 또 여러 날이, 여러 해가 지나간다.
여러 날이. 여러 해가 지나도 

남자의 방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다.

 



오랜 세월을 혼자 지내온 남자. 그에게는 침묵도 고요도 매우 익숙하다. 그동안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아무도 없다. 생일날 아침 누군가를 기다리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남자는 죽음의 망상에 시달리면서 착각과 혼돈속으로 빠져들며 더 이상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할 수 없다. 계속되는 망상속에서 기끔과 슬픔의 생일을 맞이한 그는 자신의 생일 노래를 부르면서 더욱 더 자유로운 비상을 꿈꾼다. 인생은 고독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극 속의 남자를 통해 우리들 각자의 삶의 모양을 둘러 볼 수 있는 감동과 눈물이 살포시 가슴을 쓸고 내려 가는 작품이다. 

 


작, 연출의 글 - 정은경
연극에 있어서 배우라는 존재의 힘. 연극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심이 되는 요소는 배우라는 생각에서 이 작품은 출발한다. 배우는 감동과 눈물을 기쁨과 미소를 관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한다.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감동이 있기를, 감탄 보다는 감동이 있는 무대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 미숙한 사고를 생경하게 표현하는 설익은 새로운 것보다는 난해하지 않은 연극언어로 관객들에게 지적인 이해력과 새로운 감상법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진지한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우리는 연극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할 겨를 없이 극 속의 남자를 바라보게 된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하나 두고 관객은 남자를 본다. 오래된 고독은 남자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절규하고 애쓰는 남자를 보고도 우리는 아무것도 할수 있는 것이 없다. 우리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