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가상 공간의 중독, 배비장 하우스
현대인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잡은 인터넷 네트워크.
다양한 매뉴얼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 공간에서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사이트는 바로 성인 포르노 채널이다.
점차 사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이 채널에 사람들은 중독되어 간다.
배비장 하우스는 섹스 테마 파크이자 가상 공간이다.
다양하고 무한한 서비스를 손님에게 제공하지만 비싼 돈을 제공해야 한다.
성인전용 사이버 오락실, 배비장 하우스!
배과장이 이곳 애랑의 꾀임에 빠져 궤짝에 발가벗겨 숨어있을 때
배과장 회사의 잠입취재팀이 경찰을 대동해 급습한다.
아이쿠, 배비장... 배과장...!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이곳에 중독된 현대인들만 있다.
이 연극은 고전 <배비장전>을 기초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연극은 현대사회의 무원칙, 무책임, 무절제한 성(性)관념에 대한 조소이다. 회사에서는 무능하지만, 그래도 과장이란 자리에 앉아있는 배부만이라는 한 인간이 배비장 하우스란 섹스 테마파크를 알게 되면서 그 곳에 심취하게 되고 결국에는 완전히 발가벗겨지는 이야기이다. 일그러진 현대의 성(性) 문제들, 말로 자행되는 언어 폭력, 성폭력 및 성(性)의 상품화를 다소 과장하여 표현한다.
훈계는 아니다. 다만 유쾌한 시선 속에 던지는 일침이다!
작가의 글 - 문원섭
이 곳엔 어처구니가 살지 않는다.
"대본 없는 어처구니없는 연습마저 잘 따라준 배우들에게 이 작품을 바칩니다."
공연을 보름도 남기지 않고 정리된 대본 표지에 써놓은 헌사다.
누구는 괜히 장난친다고 놀려댔지만, 이렇게라도 배우와 스텝들에게 죄송함을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스텝들을 빼먹었구나. 이 자리를 빌어 스텝들에게도 헌사를...... 사실 맨처음 작업에 참여했을 때는 작품을 다시 쓰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민복기 연출과의 인연으로 프로덕션 매니저와 드라마트루기를 맡기로 했다가, 공동각색자로, 이어 공동창작자로, 그러다가 며칠간의 잠수 끝에 나온 판본이 공연대본으로 확정되면서 얼떨결에 작가로, 덕분에 본업인 기술 파트의 일은 실타래처럼 꼬이고.... 우여곡절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배우가 바뀌고, 조연출이 빠지고, 연출이 공연 막판에 자리를 비우고.... 이 모든 것이 작품을 바꾸게 된 일이 시초가 아닌가 하여 속이 쓰리다. 하지만, 이 모든 이유가 생노병사를 주관하는 하늘의 몫이었으니, 누군가를 탓할 필요는 없다.
짐작했겠지만, 이번 작업의 식구들은 모두 4번의 상을 당했다. 그래도 공연은 올라간다니. 이 질긴 생명력이 연우를 아니, 연극을 이 누추한 시대까지 살아남게 만든 힘인지도 모르겠다. 그 질긴 자리, 한 자리 맡아 애써준 모든 사람들이 한없이 고마울 뿐이다. 아울러, 이런 외도의 기회를 준 스탭서울의 동료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누군가의 소설 제목을 빌어 이 어처구니 없는 작업의 결말을 표현해 본다. 이곳엔 어처구니가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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