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강지형 '배타적 창작의 영역 '

clint 2025. 3. 6. 14:14

 

 

대선 D-10, 3% 뒤처진 후보의 부보좌관 '수영'이 
새 정책 공약을 준비 중이다. 
이때 유명 코미디언의 자살과 외로움에 관한 유서로 
전국민적 '외로움 고백 챌린지'가 유행한다. 
이를 계기로 '한국형 고독부 장관 설립'을 공약으로 내놓기로 하고, 
시간에 쫓겨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들을 모아 정책을 논의하지만, 
의견 차이로 정책을 만드는 것에 제동이 걸리는데...

한바탕 의견충돌이 일어나고 쉬었다가 다시 모인 세 사람.
살아온 환경도, 조건도 다른 이들이 (60대 교수, 40대 여 작가, 30대 여 박사)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외로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누구일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매순간 충돌하던 이들은 공약의 실마리를 
잡아가기 위해 어느 무명 코미디언의 유서를 펼친다. 
그리고 서로의 외로움과 그 모습에 대해 상상한다.

 



국가의 정책은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결정하는 행동방침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지금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이 호소하는 '문제'인 이 '외로움' 이 과연 또 다른 국가정책을 덧대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 오히려 지금까 지의 정책과 그를 통해 형성된(내가 포함된) '공공이 원인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외롭게 만든 것은 아닐까. 희곡은 아직 정책조차 되지 못한 선거공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조차 공공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삶을 쉽게 재단하고 선을 긋고 퉁쳐버리는 모습은 모두를 더욱 깊은 외로움 에 빠트린다. 지금 우리가 살펴야할 것은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템'이 아니라 우리를 외로움으로 이끌고 마는 우리가 속한 사회의 정책과 구조이며, 나와는 다 른 환경과 조건을 가진 삶이 느낄 외로움을 기꺼이 헤아리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작가의 말 - 강지형
2024년 <독백이라 생각하기 쉽다>로 <한국극작가협회》 신춘문예 당선.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졸업. 서울예술대학교 학사학위 공연창작학부 졸업.

이 이야기는 전혀 다른 환경과 조건 속에서 살아왔기에 서로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모여,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타인의 삶을 상상하며 공약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다룹니다. 하지만 '창작'이 들어가는 제목이 무색하게도 창작에 이르는 시간은 요원해 보입니다. 다른 이해(理解), 다른 이해(利害), 다른 사상으로 인해 인물들은 무엇 하나 결정하지 못하고,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고 말하며 서로 싸우기 바쁩니다. 어느 순간, 인물들이 싸움을 멈추고 창작자인 저를 바라봅니다. 저는 붙잡힙니다. 
인물1- 잠깐. 우리 싸우게 만든 거, 당신이잖아요. 
인물2- 맞네. 조물주 놀이 했죠? 우리 싸움 붙이면서!
인물3- 제일 배타적인 건 당신이었네요.
인물2- 당신이 우리에 대해 알기나 해요?
인물1- 어쩌자고 싸우게 한 겁니까?
인물3- (제5의 벽을 뚫고 나오며) 아니 이 작품은 대체 뭡니까?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창작과정과 창작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은 이러이러한 것이 힘들 거야'라고 상상하며 공약을 창작하는 인물들과 '이러이러한 것이 그 사람을 힘들게 한 거라고 그 인물이 생각하게 된 것은 이러이 러한 이유 때문일 거야'라고 상상하며 이야기를 창작하는 작가인 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두려웠습니다. 극중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이렇게 함부로 이야기해요?"라는 유하의 말처럼 제가 아무리 타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쓰려 노력해도 현실에 발 딛고 있는 누군가에겐 배타적으로, 상처와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마치 반성문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이런 식으로 당신을 함부로 상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책으로 엮는 이 순간에도 창작에 관한 마땅한 지혜는 얻지 못했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제가 창작을 하는 한 이 제목은 영원히 저를 따라다닐 거란 사실입니다. 다만 바라는 건, 제 창작물이 그럴듯한 공허한 말들로 구체적인 삶들을 납작하고 외롭게 만들어 버리는 후보의 연설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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