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주부 연주가 수년간 연락이 없었던
친구 마녀(필명)에게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된다.
마녀는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 사람을 죽이겠다는 말을 남기고
연주는 마녀가 온라인 마녀사냥을 당할 때 힘이 되어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며 살인 예고가 현실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녀를 찾아 나선다.
마녀의 딸 보람은 그 일로 엄마 아빠는 헤어졌고, 자신도 혼자 산다.
엄마와는 다시 보기도 싫다며 행방도 모른단다.
상담사 정란은 가끔 보람을 만나 얘기를 하지만 마녀에 대해 모른다고 한다.
당시 마녀의 악플로 유치원 여교사가 자살한 사건을 취재해 보도하여
마녀를 매장 시켰던 여기자 선영은 떳떳하게 자신이 한 일을 말한다.
그러나 그런 마녀는 자신의 억울함을 꼭 밝히고 그를 처벌하겠다는
예고살인을 말한 것이다.
과연 이 마녀사냥의 진상은 무엇이고 누가 그 살인 대상일까?
이 작품은 "인터넷 맘카페"에서 현대판 마녀사냥이란 가혹한 글로 자살한 여교사와 그 가해자로 지목되어 사회에서 매장된 닉네임 '마녀'란 한 주부의 이야기이다. 진위를 무시하고 증폭되는 비방이 증오를 키우고 또 확대되는 요즘 세상, 우리는 늘 구경꾼일 수 만은 없다. 순진하고 무지한 마녀가 될 수도 정의로운 대의를 표방하는 영악하고 비열한 마녀사냥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도 많은 정보가 밀려들고 가짜인지도 모르고 접하는 가짜뉴스들이 판을 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의란 무엇인지, 또 그것은 누구의 잣대인지 우린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지 우리의 머리꼭대기에서 칼을 든 그들에게, 혀로 이기는 그들에게 우리는 얼마나 휘둘리고 살아야 하는지.
작가의 글 - 신성우
돌이켜보면 '온라인 마녀사냥'이라는 말이 세상에 나온지도 꽤 오래전의 일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각종 인터넷 게시판이나, 누군가의 SNS 페이지, 심지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마저 난무하는 악의적인 비방과 욕설을 보고도 무덤덤하게 지나칠 수 있는 '생활의 지혜'를 터득한 것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모두가 느끼는 일이겠지만 이렇듯이 세상은 특히 인터넷 공간은 증오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 많은 증오는 어디서 온 것일까요? 원래부터 세상에 존재하던 것이 공간만 바꿔 인터넷상에서 공유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터넷이란 새로운 공간의 탄생이 견인한 전에는 세상에 없던 증오일까요? 이도저도 아니면 단지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미성숙한 사람들의 과장적 행위일 뿐일까요? 그의 기원이 어찌되건 가상공간의 증오 역시 실재 세상의 모처럼 진짜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익명의', '인터넷상의'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나오는 증오가 이제는 더 이상 가상의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인 거죠.. 그리고 이 증오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거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로 급속도로 번져가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세대 전에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급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길을 가다가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에게서 욕을 들어 먹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은 좋은 면이 더 많을 겁니다. 도움을 청할 곳 없던 수많은 피해자들이 전세계에 뻗어있는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목숨을 구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정의의 사도'는 인터넷이 없으면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넷은 분명 정의와 불의 사랑과 증오, 양쪽을 모두 가지고 있는 양날의 칼입니다. 처음 분노의 칼을 빼들었던 사람이 그 칼을 거두더라도, 상상도 못했던 누군가가 나와 그 칼을 이어받습니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단지 사연을 보고 자발적으로 분노했을 뿐인 누군가가 말이죠. 그리고 그 잠재적인 지원자는 수십억에 달하는 인류 전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칼질은 끝이 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혹은 몇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마음대로 멈출수가 없습니다. 그 칼은 마치 자유의지를 가진 생물체처럼 스스로의 춤을 춥니다. 칼의 춤 앞에서 '우리는 이러이러해야한다던지, '도덕적 각성이 필요하다던지 하는 명령들은 공허하게 들립니다. 이미 그 칼은 자신만의 의지로 자신만의 춤을 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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