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소윤정 '랄라라'

clint 2025. 3. 8. 13:17

 

 

스산한 비바람이 부는 날 다세대주택에 이사 온 이수. 
다른 방에는 중년 남자 한산, 노년의 순이, 어린 하루가 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노년- 중년- 청년- 소녀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이수는 소설 작가 공모전에 내지만 번번이 떨어져 낙담하고

현재는 편의점에서 알바하고 있지만 계속 작품을 구상한다.  
하루는 엄마와 같이 있고 싶지만, 엄마는 항상 바쁘고 피곤하다. 
한산은 이런저런 알바로 돈을 받아 로또 대박의 꿈만 꾼다.
순이는 때로 육체의 병으로 고통스러운 밤을 보낸다. 
이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이수는 드디어 기대하던 공모전 본선에 진출하지만, 
표절에 이용만 당한다. 억울함을 알리고자 온라인에 글을 올려 보지만, 
오히려 자신을 비방하는 무자비한 댓글에 시달린다. 
분노에 찬 이수는 무턱대고 집을 나서고 한산, 하루가 뒤쫓는다. 
그리고 그 응모 회사에 불을 지르려는 걸 모두가 말린다.
얼마 후, 순이할멈의 입원실에서 다시 만난다.
모두 힘든 세상, 그래도 한 번쯤 ‘랄라라’한다.

 



<배이비>로 등단한 소윤정 작가의 장점은 여러 인물들을 다양하게 형상화하면서 그 다성(多聲)의 목소리로 주제를 선명하게 하는데 있다. <랄라라>에도 다양한 세대의 인물이 등장한다. 노년의 순이, 중년의 한산, 청년의 이수, 어린 하루. 이 인물들은 출구가 없을 것 같은 답답한 현실에, 바라는 것이 상실됐다고 느끼는 절망의 순간을 맞는다. 그럴 때마다 (비록 우연이어도) 서로의 손을 잡아주면서 함께 견뎌낸다.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절로 나오는 콧노래 ‘랄라라~’. 어렵고 힘든 세상, 함께 공감하고 나누는 것의 힘을 믿는 작가의 메시지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자칫하면 마냥 어둡기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밝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작가의 말 - 소윤정
2024년 <배이비>로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고려대학교 동양사학과 졸업.


삶은 의문투성이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일상을 살아갑니다. 남들은 잘되는 것 같은데 누군가의 공모전은 계속 실패하고 누군가의 로또는 계속 허탕이고 누군가의 병은 깊어지며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 누군가의 밤도 길기만 합니다. 더욱이 가까운 이웃은 낯설고, 경계해야 할 대상이며 수상하기까지 합니다. 절망과 분노가 영혼을 휘감을 때 의문투성이 삶은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요? 단지 바라는 것은, 그 순간 망설이기를, 주춤할 수 있기를, 그의 외침이 닿기를 그리하여 그의 생이 구해지기를...... 오늘 지금, '랄라라' 한번 흥얼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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