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조마리아’와 가족들을 남겨둔 채
고향을 떠나온 대한제국 의병대장 ‘안중근’
동지들과 함께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으로
조국 독립의 결의를 다진 안중근은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3년 내에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하기로 피로 맹세한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은 안중근.
오랜 동지 ‘우덕순’, 명사수 ‘조도선’, 독립군 막내 ‘유동하’와
함께 거사를 준비한다.
한편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해
적진 한복판에서 목숨을 걸고 정보를 수집하던
독립군의 정보원 ‘설희’는 이토 히로부미가 곧 러시아와의 회담을
위해 하얼빈을 찾는다는 일급 기밀을 다급히 전한다.
러시아에 도착한 안중근은 오랜 중국인 친구인 왕웨이의 만두집으로
가서 왕웨이와 그의 여동생 링링, 동지들과 재회해 회포를 푼다.
안중근을 사랑하는 링링은 일본군의 총탄을 대신 맞고
안중근을 구하며 죽는다. 물론 첨가된 픽션이다.
드디어 1909년 10월 26일,
이날만을 기다리던 안중근은
하얼빈역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현장에서 체포된 그는 전쟁 포로가 아닌 살인의 죄목으로,
조선이 아닌 일본 법정에 서게 되는데…
누가 죄인인가, 누가 영웅인가!
일제는 그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지만 그는 의연하기만 하다.
안중근은 옥중에서 모두가 서로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그러한 염원이 담긴 <동양평화론>을 집필한다.
고국에서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가 손수 지어보낸 수의를 입고,
안중근은 자신을 격려하는 어머니의 환영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다.
뛰어난 완성도로 2010년 뮤지컬 관련 시상식을 휩쓸다시피 했다.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창작뮤지컬상을, 같은 해 제 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 수상했고,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안중근 역을 훌륭히 해낸 주연 정성화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웅주의나 민족주의에만 호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뛰어넘어, 각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 카리스마와 앙상블들의 합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안무와 탄탄한 코러스, 거기에 애국심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세련된 넘버들이 조화를 이루어 관객들을 압도한다. 벽돌 배경과 철골, 영상을 적절히 활용해 다양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무대 효과도 일품. 2010년대 후반 들어서는 암전 없이 빠른 장면 전환으로 몰입도를 더하면서 무대극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특히, 하얼빈역 의거 장면은 그야말로 영웅 무대 연출의 하이라이트. 하얼빈역에 열차가 들어오는 장면을 당연히 실제 열차가 달릴 수는 없으니 영상(CG)으로 대체하는데, 눈 깜짝할 새 실제 열차 세트로 바뀌고 배우가 걸어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대본의 경우 호불호가 갈린다. 사건을 한국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일본의 시각 역시 참조해 넣었는데, 이로 인해 국내 관객 중 많은 사람들이 이토 히로부미가 미화되었다는 인상을 받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 즉, 안중근(+링링)과 더불어 이토 히로부미(+설희)가 작품의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단순히 그 대상을 안중근에만 한정짓지 않는 '영웅'이라는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역사적 고증을 벗어난 부분도 있다. 이토 히로부미가 1막에서 생체실험을 언급하고, 2막 넘버 출정식에서 대동아공영권을 언급하는데, 이들은 이토가 살아있던 시절(1841~1909)에 언급하기엔 너무 일렀다. 뮤지컬의 차기 시즌에서 이런 고증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스토리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빈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안중근이 이토를 암살하는 직선적이고 짧은 줄거리에 스토리를 가미하기 위해 가상인물인 링링이나 설희가 튀어나오지만, 히로인 격인 링링과 설희의 경우에는 전체 줄거리를 진행하는데 필연적으로 등장하기보다는 쓸데없이 얹혀있기 때문에 역시 굳이 넣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평도 있다. 링링의 경우에는 고국에 이미 처자식이 있는 안중근과 러브라인으로 엮는 것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고, 설희의 경우에는 다른 캐릭터들과 겉도는 캐릭터이면서 비중은 주역인 안중근과 이토와 맞먹을 정도로 지나치게 커서 많은 비판과 함께 "설희의 비중을 줄이고 주인공인 안중근의 비중을 좀더 늘려 안중근을 더 심도 있게 묘사하는 게 낫지 않겠냐"라는 의견도 있었다.
2022년 12월 21일에 개봉한 동명의 뮤지컬 영화로, 뮤지컬이 히트하자 영화로 제작된다. (감독 윤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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