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천쓰안 '모조인생'

clint 2023. 7. 12. 21:36

 

샹위는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젊은이로, 10년만에 대학 선배 저우쯔위를 만나 현재의 삶을 버리고 선배를 따라나선다. 쑤꺼는 자신의 몸에 대해 수년간 저항을 하며 성전환을 결심한다. 장한은 수집가로서 자신의 소장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지만, 속물 수집가의 방문 이후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깨닫고 그간의 소장품을 모두 버린다. 이야기는 샹위와 그의 심장, 쑤꺼와 그의 유방, 장한과 그 두 손이 이끌어간다.

 

 

연극 <모조인생> 2018년 외침연극제에서 낭독 공연 형태로 무대에 올려졌다. 이후 상하이드라마아트센터의 소극장 활성 화를 위한 창작극 인큐베이팅 프로젝트(2016년 시작)에 선정 되어 2019 12월 소극장 1933미극장()에서 정식으로 공연되었고, 2021 1월 또다시 대극장 규모로 바꾸어 대극장 에서 공연했다. 모두 천쓰안이 극작을 담당했고 연출은 뤼루이가 맡았다연극 <모조인생> 2019년에 출판된 동명 소설집 가운데 세 작품, 즉 지하철 레인저 저우쯔위 (地鐵遊俠梓虞)(2016.12 「작품」에 발표). 「변··(變形記)(花城 2017 3기 발표) 「매료·수집(謎藏)(『鐘山 20181期 발표)를 한 작품으로 개작한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도시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변화할 때 주변부· 경계지역으로 튕겨져 나간 젊은이들의 삶을 주로 다루었다. 소설은 그녀만의 독특하고 기이한 시선으로 이들의 내면을 시적 언어로 그려냈고, 다시 연극 <모조인생>에서는 자신에 대한 불만족을 신체기관에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독특하고 기이한 갈등으로 그려냈다.

 

 

제어하고 싶은 내 신체 vs 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신체

<모조인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몸(주인)과 신체기관과의 갈등이다. 장한의 두 손은 장한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의지에 따라 아무것도 안 하거나 수집품을 마구 사들인다. 상위의 심장 역시 상위가 선배 저우쯔위를 보면 빨라지는 자신의 박동을 거부하며 상위에게 반기를 들 궁리를 하고 상위의 결정에 계속해서 토를 달고 반항한다. 쑤꺼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 유방을 한시바삐 제거하기를 바라고 그런 쑤꺼에게 유방은 끊임없이 항의한다. 개개의 신체 기관이 몸과 분리· 분열하고 하나의 주체 이자 독립된 등장인물로서 의지를 갖고 사고하고 지속적으로 몸에 반항하고 화해하도록 구성했다.

 

 

괴이함의 지괴()와 우언의 스토리텔링

중국의 유명 시인 시촨(西川)은 천쓰안의 소설에 대해 '광상의 우언'· '임팩트 강한 이상한 글쓰기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글쓰기와 거리를 뒀다.'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천쓰안은 디킨슨의 "모든 진실을 말하되, 기울여서 말하라(Tell all the truth but tell it slant)"라는 시구절로 자신의 글쓰기를 밝혔다. 그의 작품세계로 볼 때 기울여서 말하는 것은 아마 우언의 스토리텔링으로 생각된다우언의 스토리텔링은 몸(중심)과 반항하는 신체의 갈등 장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또 작가는 극 속에서 장한, 샹위, 쑤꺼의 세계 외에 꿈속 세계를 설정했는데, 이 속에서 장한은 형광 빛을 내뿜는 공룡뼈 모형 장난감, 샹위는 세상 사람을 구해주는 정의의 슈퍼맨, 쑤꺼는 자웅 동체의 바다굴로 등장하는데 모두 예닐곱 어린이의 모습이다. 이들 자신의 신체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모형 장난감은 분해 조립이 맘대로 가능하고, 슈퍼맨은 공간 이동이 자유롭고 바다굴은 원하는 성별을 골라 변신할 수 있다. 물론 현실세계처럼 몸과 신체기관의 갈등은 없지만 이들도 자기가 제어할 수 없는 신체를 가지고 있다. 장한은 모형 장난감이라서 스스로 움직일 수 없고, 상위는 하늘을 나는 데에 미숙한 슈퍼맨이고, 쑤꺼는 암수를 바꿀 수 있는 대신 맛도 없어지고 몸에서 냄새가 난다. 이들은 꿈의 세계에서 독립하여 이상향을 실현한 두 손, 심장, 유방의 모습을 보고 수정산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스토리가 끝난다.

 

 

현실로 보이는 세계를 꿈속 인물은 또 다른 꿈속이라고 정의한다. 그 어느 세계이든 한편의 동화같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굴, 장난감, 슈퍼맨 등 인간이 아닌 등장인물과 상호 소통, 하늘을 날고 암컷과 수컷을 바꿀 수 있는 비현실적인 능력, 이상세계인 수정산을 찾아 떠나는 장면, 현대판 레인저 협객(俠客)과 괴물의 등장 등이 그러하다.

천쓰안은 중국 고대의 스토리텔링인 지괴소설의 영향도 받았다. 연극 <모조인생>에서 보이는 우언의 스토리텔링은 비현실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지괴소설과 유사한 면이 있다. 지상과 하늘을 거리낌 없이 넘나들기, 거리낌 없이 신체를 분열시키는 스토리, 인간과 세계의 공생 관계, 무한히 변화하는 사물들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천쓰안은 어릴 때 동화로 봤던 지괴소설이 어른이 되어서 더욱 진지한 이야기 로 다가왔고 점차 자신의 글쓰기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점을 밝혔다. <모조인생>은 거짓이 아닌 진정한 ''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 문한다. 질문은 우언의 수법으로, 이상향을 찾는 꿈 속 세계로 관객을 인도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되묻게 한다.

 

 

작가 천쓰안은 1986년생으로 북경에서 나고 자랐으며 글쓰기를 좋아했다. 3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고 한 부모님 말씀에 중문과 진학을 포기하고 톈진의 난카이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일을 했고 이후 매일 아침 9~1시까지 글쓰기를 하는 전업작가가 되었다. 현재는 소설. 연극창작과 연극 연출에 몰두하는 '80허우 ()'세대이다. 소설가로서의 그는 단편소설 위주로 발표했고, 이를 모아 단편소설집 『이어서 내가 묻고 너가 답해(接下來,我問答) (2015). 『모조인생(冒牌人生)(2019). 『살아있는 먹이(活食) (2020). 『몸속 불꽃(體內火焰)(2021)을 출판했다. 연출 작품은 <황공망을 따라 부춘산에서 노닐다(隨黃公望遊富春山)>(2014 년 초연, 극작 저우찬) <모조인생>(2018년 초연)  <보통사람의 꿈(凡人之夢)> (2021년 초연) 등이 있다. <황공망을 따라 부 춘산에서 노닐다>는 동시대 유명 시인인 자이융밍(翟永明)'의 동명의 장편시를 개작한 것으로 당시 반향이 컸다. 원작인 시의 서정성· 음악성을, 신체 동작의 운율성을, 원대 화가인 황공망 이 남긴 수묵화의 이미지를 활용해 무대를 구현했다. 극작에는 2012 <Rabbit Hole>을 시작으로, <해수솥단지(海水火)>· <>·<황금>·<황야에서(在野)> 등이 있다. 그는 청년 연극 인의 연극 플랫폼을 표방하며 '외침聲) 연극제'를 신설, 2018 년부터 매년 창작극 낭독 공연을 개최해오고 있다. 천쓰안의 연극은 근래 서구권과 협업할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외침연극제는 2022년도에 스위스문화기금회 상하이사 업소의 지원하에 스위스의 유명한 네 작품을 낭독 공연의 형태 로 무대에 올렸다. 그의 극작인 <황야에서> <황금>은 각각 2018년과 202년에 영국 로얄코트극장(Royal Court Theatre) 에서 공연되었다. 또 극작과 연출을 겸한 <보통사람의 꿈> 2021년 북경의 괴테 인스티투트(Goethe-Institut)의 지원을 받아 공연되었다.

 

작가 천쓰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