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성우 '낯선 얼굴로 오는가'

clint 2021. 12. 24. 08:12

 

 

 

1980년대 산골 마을의 외딴집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한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장수를 중심으로 그의 아내 막례, 아들 일룡과 그의 처 순영, 손녀인 지현이 살고 있다.

장수는 60대 노인의 무직으로 하루를 화투장을 들고 운수를 띠는 것으로 소일하고,

살림은 막례가 맡아, 장난감 인형에 눈알 붙이는 작업으로 푼돈이나마 벌고

만삭인 며느리는 비오는 날씨에도 나물을 채취하러 산에 갔고,

일용직 노동자인 아들은 궂은 날씨 탓에 공치고 돌아오고, 지현은 초등학교에 다닌다.

일룡은 하사관으로 군에 있었으나 동생이 시국사건에 연루되어 연좌죄로 군복을 벗었다.

비를 맞으며 나물 캐러 갔다 온 며늘이가 몸이 안 좋은데

읍내까지 멀어서 방에 불을 때주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어느 날 화투로 운수를 뜨던 장수는 계속 비광이 나와, 오늘 손님이 올 거라 전망하는데,

낯선이가 찾아와 이웃인 점순네를 찾는다.

그리고 그가 찾아간 얼마 후 점순할멈이 돌아갔다는 비보가 전해지며

장수는 내심 그 낯선 손님이 저승사자임을 느낀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계속 장수의 화투에 비광이 뜨기 시작한다....

 

 

 

 

 

작가의 글

언젠가는 죽는다는 실존적 조건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 필멸의 운명에 맞서 무언가 고귀한 것을 이루려는 영웅적 용기, 우리의 삶은 이 두 가지 극단을 왔다 갔다 하는 진자와도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은 마찰과 저항으로 인해 점점 운동에너지를 잃고, 움직임의 폭이 줄어들다, 결국 양극단의 가운데에 멈춰 서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필멸의 문명에 맞서는 영웅적인 모습은 먼곳에만 존재하는 우리 삶의 진자는 한 번도 도달해 본 적 없는, 그런 지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의 역사에는 문명 그 지점에 도달한 영웅적 삶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삶이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에 안도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는지요, 이 작품은 그랬던 저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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