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홍진 '조작'

clint 2017. 2. 16. 20:00

 

 

 

남북한 동식물 학자 및 과학자들이 합동으로 비무장지대의 생태조사를 한다.

DMZ65년간 인간의 손길이 안 닿게 방치된 지역이라 희귀 동식물 및 멸종 상태의 생물들이 발견되는 쾌거를 이루고 중간보고를 위한 브리핑 자료를 만들기에 캠프는 바쁘기만 하다, 남측 동물학자인 박주환과 북측 식물학자인 이명애 서로 호감을 느끼고 같이 활동하는데 이날 지뢰 폭발로 합동조사단의 사상자가 발생하여 중간보고는 잠정 조사중단이라는 조치로 이어지는데, 이어 남측 탈영병이 이곳에 나타나 총기를 난사하는 바람에 추가로 조사단의 사망자가 늘어난다. 그러나 남북측은 이 사건을 은폐하기위해 사건을 단순 반달곰에 의한 지뢰폭발이라는 사고사로 조작하여 살아남은 박주환과 이명애를 설득하는데 이들은 진실은 감출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한다. 결국 북의 이명애는 총살형으로, 남의 박주환은 간첩죄로 누명을 씌우며 끝나게 된다.

 

 

 

 

 

작가의 글

연극에 있어서 희곡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연극이 어떠한 형태의 스타일을 가지던 간에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스크립트가 필요한 것이며 그러한 이유로 희곡은 언제까지나 그 유효성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연극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 중 희곡을 분석한다는 것에 대해서 매우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희곡을 분석한다는 것을 단순히 사실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로, 또한 희곡 속에 흐르는 어떤 느낌을 사장시키는 과정으로써 건조하고 학문적인 작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곡을 분석한다는 것은 작가와 독자, 달리 말하면 상상체로서의 두 개의 감수성이 지면의 도움을 받아 주고받는, 단순히 한 번 읽고 느끼는 느낌 이상의 어떤 교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확히 이해하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희곡 분석, 즉 희곡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이다. 그런 후에 희곡에 대한 전체적인 관점이 생성되는 것이며 이것은 느낌 이상의 어떤 교환에 대한 확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확신은 연출적 관점에서의 주관적인 비약이나 자유로운 상상력에 대한 기본적이고 객관적인 깨달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희곡은 단순히 우리가 분해할 수 있고 재구성할 수 있는 조작된 대상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믿음을 가지고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희곡이 아무리 사진을 찍은 듯 실제 삶과 똑같이 보일지라도 결코 그것은 실재 삶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연극은 연극일 뿐이다. 다만 우리는 희곡이 가장 근본적인 연극 작업의 도구이며 이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연극작업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희곡은 다른 문학 텍스트들과는 확연히 다른 지위를 갖는다. 희곡이 문학 텍스트가 될 수는 있어도 이것이 희곡의 본래의 사명은 아니기 때문이다. 희곡은 기호, 혹은 의미 있는 실천들의 체계인데, 이 체계는 무대 위의 기호체계 및 의미 있는 또 다른 체계와 연결되며 이 연결 방식은 자명한 것도 아니고 미리 주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실무자들의 손에 의해 수립되어 나가야 하는 진행형인 것이다. 또한 희곡은 단순히 극작가의 직관적인 창작품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독자들의 비판적인 첨언에 의해 완성되어지는 개방적인 문학 형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희곡을 분석한다는 것은 탐미적인 독자의 매우 섬세한 읽기, 그 이상의 정밀성을 갖고 수없이 많은 요소들의 집합체로서의 희곡 속에서 그것을 연극화시키는 강약 · 고조 · 리듬 등의 기호들을 하나씩 하나씩 발견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의식적인 깨달음을 향해 나아기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문학 장르로서의 희곡- 그것을 분석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만의 비판적인 깨달음에 의해 연극을 새롭게 보고 다양한 선택의 기능성을 느끼고 자신의 상상력을 개방하는 것이다.

연극을 읽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희곡을 분석하는 일이다. 이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이다. 희곡은 공연과의 상관관계에서 읽혀져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희곡 분석은 이론적인 학구적 탐구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사건이 일어나고 행동되어지는 무대 위에서 이해되고 받아들여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희곡 분석은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처음 희곡을 읽고 떠오른 이미지 혹은 그 어떤 추상이 막연하게 제자리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다. 희곡은 완벽한 모델로 제시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항상 작업 속에서 공연의 실천이라는 측면과 충돌하면서 조화의 바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연극하는 사람들의 과제이며 매일매일의 숙제일 것이다.

 

본 희곡집은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써 놓은 작품들 중 장르가 확연히 다른 다섯 작품을 선별하여 하나로 묶은 것이다<조작>(2014)DMZ와 생태라는 소재를 통해 통일과 환경에 대한 주제를 표현한 작품이며, 간첩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한 사회비판 극이다끝으로 본 희곡집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수원문화재단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흔쾌히 출판에 응해주신 연극과 인간 출판사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박홍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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