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세상을 등지고 혼자만의 삶을 사는 32살 청년.
그리고 그 아들을 세상 속으로 남들처럼 살게 하고픈 아버지의 등장.
세상에 의지할 아무도 없이 아들과 단 둘밖에 남지 않은 아버지.
하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고 마지막으로 아들을 남들처럼 돌려놓고 싶은 아버지
자기만의 세상에서 행복하다 하는 아들.
그렇지만 아버지의 시선엔 도망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들의 삶.
결국 세상을 등진 아버지의 바람대로 산속을 내려와 남들처럼 지친 일상으로 돌아와 사는 아들.
하지만 이 세상을 살면서 쉽게 떨쳐낼 수 없는 '남들처럼'이라는 아버지의 대사가 내내 가슴속 깊이 비수 꽂히듯 꽂히기도 했다. 결국 마무리는 남들처럼 사는 삶으로 끝은 내고 말았지만 그래도 내 가슴속에는 계속 물음표이다. 삶이란 정말 남들처럼 사는 걸까???
등진 채, 홀로 산에서 살아가는 아들과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의 방문으로 충돌이 벌어진다. 유쾌한 부자간의 말싸움이 벌어져, 폭소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의 과거를 끄집어내 물고 늘어지는 부분이었다. 아들이 아버지의 과거를 흉내 내고, 아버지는 아들을 흉내 낸다. 어조까지 따라하면서. 그러나 코믹이 전부가 아니다. 진행될수록 비밀과 가슴에 쌓여있던 울분들이 터져 나온다. 그것들이 그들 부자만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갖고 있는 고민들이라 남일 같지가 않다. 청춘과 자유를 누리고 싶은 아들과 사회에 맞춰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 저 또한 비슷한 갈등을 맺고 있기에. 자식을 압박하기만 하는 진부한 부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던 아버지의 내막도 들어있다. 아버지와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 간의 차이와 삶의 고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김나정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상명여자대학교 교육학과, 서울예술대학과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비틀스의 다섯 번째 멤버」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06년 『문학동네』 평론 부문에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말라」가 당선되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201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여기서 먼가요?』로 등단해 희곡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 소설집 『내 지하실의 애완동물』, 청소년평전 『꿈꾸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 『미디어 아트의 거장 백남준』, 공저 『공포』 『설렘』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수업』 『30Thirty』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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