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강석현 '공후인'

clint 2016. 11. 30. 22:08

 

 

 

 

제목은 공후인이나 고전 가요인 그 제목만 가져왔을뿐 내용은 전혀 다르다. 어떤 강을 국경으로 갈라진 어떤 곳이지만 쉽게 남북의 대치상황인 우리나라의 비부장지대나 그와 유사한 강으로 보면 되고 이곳을 지키는 경비원(군인)들과 여기에 찾아오는 방문객들, 몸파는 여자들, 기자들이 등장인물이다. 이곳을 우화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국경 수비가 일상인 경비들에게 특별한 줄거리 보다는 해프닝으로, 또는 한 사건으로 보이는 일들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강을 천으로 표시했고 국경의 부조리와 실향민이며 이산 가족인 정신이 간 박사의  일들이 얽혀진다.

공연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초연됨.

 

고조선 시대와 현재를 꿰뚫는 의식이 번득인다. 술취해 강물에 뛰어든 남편을 애타게 부르는 아내의 노래를 담았다는 최초 서정시가 '공무도하가'. 그 남편은 수천년 시간을 건너뛰어 압록강을 앞에 두고 고향 땅을 그리는 실향민인 '박사'로 환생한
다. "아버지 어머니, 막내 절 받으세요." 소주잔과 대구포를 놓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절을 올리는 박사는 눈물을 쏟아낸다. 한달 전 죽은 형의 유골을 강에 뿌리곤 고향 땅을 응시한다. 결국 실성한 그는 고향에 돌아가겠다며 강으로 뛰어들다 경비병 총에 맞는다. 고조선시대 백수광부와 같은 운명이다. 그에겐 망향의 설움이 배인 곳이지만, 압록강 국경초소는 또다른
전쟁터다. 식량을 구하러 강을 건너 몸팔러가는 조선 여인들과 밀수꾼이 드나들고 경비병은 이들에게 뇌물을 받는다. 박사를 따라 잠행취재에 나선 기자는 비인간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박사의 눈물을 비아냥거리며 특종에만 몰두한다. 옛날 백수광부 아내의 구슬픈 노래를 들은 어부 곽리자고는 아내 여옥에게 목격담을 전했고 여옥은 공후를 타면서 그 노래를 옮겨 부르며 아픔을 공유했다. 하지만 지금 박사의 죽음 앞에 주변 사람들은 마음을 닫고 이득만 취한다.

누가 더 계몽된 인간인가.

 

 

참고로

 公無渡河(공무도하)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임은 그예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타하이사)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당내공하)가신 임을 어이할꼬.
해동역사에 기록된<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전문이다.

 

우리나라 고대 가요 중 하나로, 흔히 ‘공후인’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그 배경설화는 대충 다음과 같다.
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가 아침 일찍 일어나 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 때 머리가 허옇게 센 미치광이{백수광부(白首狂夫)} 한 사람이 머리를 풀어헤친 채 술병을 쥐고는 어지러이 흐르는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아내가 뒤따르며 말렸으나 미치지 못해 그 미치광이는 끝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에 그의 아내는 공후(현악기의 일종, 서양의 하프와 모양이 흡사한……)를 뜯으면서 공무도하(公無渡河)의 노래를 지었는데, 그 목소리가 아주 슬펐다. 노래가 끝나자 그의 아내도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곽리자고는 집에 돌아와 자기 아내 ‘여옥’에게 이야기하면서 노래도 들려주었다. 여옥은 슬퍼 공후를 뜯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 듣는 사람들 중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 노래를 이름 하여 '공후인'이라 하였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은성 '썬샤인의 전사들'  (1) 2016.12.01
노경식 '춤추는 꿀벌'  (1) 2016.11.30
김정한 '사하촌'  (1) 2016.11.28
이순원 '아들과 함께 걷는 길'  (1) 2016.11.28
TV 동화 '행복한 세상'  (0) 2016.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