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정한 '사하촌'

clint 2016. 11. 28. 18:18

 

 

 

 

 

치삼노인은 자손대대로 복받고 극락갈 것이라는 중의 꾐에 넘어가, 천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백여 명의 노소승이 우글거리는 선찰 대본산 보광사에 논을 기부한다. 오막살이 앞에서 치삼노인은 신경통에 좋다는 미꾸라지를 찧으려고 안간 힘을 쓴다. 마침 집에 들어온 아들 들깨는 아내를 찾으며, 가뭄으로 물을 대기 위해 노승과 싸움을 하고 돌아와서는 중을 욕한다.
T시 수도 출장소에서는 작년처럼 폭동이 일어날까 걱정이 되어 수도 저수지의 물을 튼다. 봇목에 논을 가지고서 날뛰는 절 사람들의 세도에 눌려 봇물조차 맘대로 못 댄 고서방은 물꼬를 트는 바람에 이시봉의 일당에게 두들겨 맞는다. 다음 날 아침, 보광사 중들이 아우성을 쳤다. 밤새 누가 논둑을 갈라 물을 흘렸던 것이다. 그리고 고서방은 어제 일로 주재소로 끌려 간다. 절 아래 보광리라는 마을이 새로 생겼는데 절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 그들은 잘 살아서 일본이고 서울이고 나들이를 다니는 사람들이다. 들깨는 논일을 하다가 물끄러미 그 보광리 사람들이 자동차에서 내리는 걸 보며, 고서방이 언제쯤 풀려날까 염려한다. 가뭄은 오래 계속되었다. 기우제를 지냈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보광사에서 백중날을 기해 기우제를 지낸다고 마을 사람들을 다 오라고 했다. 절의 논을 부치고 있는 소작인이니 아니 갈 수 없어 작은 돈푼을 시주금으로 마련해 가지고 간다. 절에서 기우제를 지내도 비는 오지 않는다. 비는 오지 않고, 학비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집으로 쫓겨온다. 산에서 아이들이 놀다가, 상한이란 아이가 절 사람인 산지기에게 쫓겨 달아나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은 사태가 발생한다. 산지기는 도리어 큰소리를 치고, 잠시 후에 온 순사도 산지기에게 잘못이 없다고 하고, 상한이의 할머니는 현장으로 달려와서 대들다가 실성해 버린다. 고서방이 풀려나고, 군청에서 가뭄 조사를 왔다 갔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이 가을이 되었다. 절에서 간평(看坪)을 나왔다. 동네에서 대접하는 술과 음식을 잔뜩 먹고는 술취한 몸을 이끌면서 논을 대충 훑어 보고는 무거운 소작료를 부과하게 되고, 사람들은 그 무서운 결정에 놀란다. 야학당에 모인 사람들이 소작료 걱정을 하고, 보광사 농사 조합에서 빌려 쓴 자금의 지불 기한을 연기해 달라고 하소연을 해보지만 그것 또한 거절당하고, 며칠 뒤 논에는 '입도 차압'이란 표가 붙기 시작한다. 곡식을 차압했으니 손댈 수 없다는 표지이다. 고서방은 드디어 야간도주하고, 이튿날 아침 동네 사람들은 야학당에 몰려 들었다. 징소리와 함께 빈 짚단, 콩대, 메밀대가 잡혀 있었다. 차압 취소와 소작료 면세를 탄원해 보려고 행렬을 지어 보광사로 떠난다. 철없는 아이들도 꽁무늬에 붙어서 절 태우러 간다고 부산을 떤다.

 

 

 

 

김정한 (1908 ~ 1966)

소설가. 호는 요산(樂山). 경남 동래 출생. 1936년 <조선 일보>에 '사하촌'이 당선되어 등단. 해방 후 오랫동안 붓을 꺾었다가 1966년 단편 '모래톱 이야기'를 발표하였다.김정한의 작품은 인물의 형상화와 함께 거칠면서도 수식이 없는 부정적인 문체가 주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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