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노경식 '춤추는 꿀벌'

clint 2016. 11. 30. 22:50

 

극단 여인극장 제103회 공연,, 작 노경식 연출 강유정  공연일정 1992.2.26-1992.3.5//문예회관대극장

 

줄거리
제1막
1990년대 어느 가을날 비무장지대에 가까운 민통선 마을의 한 집에서는 마치 잔치라도 하듯 떠들썩하다. 마당에선 윤노인과 그의 아내, 아들 철환과 딸 명순, 손선생, 외손자 정식이 한데 모여 술마시고 춤추며 흥을 내고 있다. 오늘은 윤노인에게는 정말 뜻깊은 날이 아닐 수 없다. 40여년간 떨어져 살았던 그의 아들이 찾아 온 것이다. 6.25가 남긴 이산가족의 슬픔을 안고 살아왔던 윤노인에게는 더 이상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부자는 오랜간만의 상봉으로 약간은 서먹서먹한 감도 있지만 둘은 서로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을 느끼고 있다. 더군다나 철환의 말에 의하면 북에는 윤노인의 본처가 아직 살아 있다고 한다. 윤노인은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윈 안중에도 없다. 그저 흐뭇하고 기뻐서 아들의 손을 잡고 어루만진다. 그러나 철환의 방문이 모든 사람들에게 기쁜일만은 아니었다. 특히 윤노인의 아내에게는 웬지 철환의 존재가 마음의 부담이 되고 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윤노인의 아들을 그녀는 마냥 아무런 부담없이 맞이 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철환에 대한 윤노인의 편애는 더욱 그녀를 방황하게 한다. 윤노인의 철환의 방문에 대한 기쁜 마음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의 존재에 대한 아버지의 처사가 못 마땅한 명숙은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말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한다. 결국 이러한 가족간의 갈등은 윤노인의 부인이 가출을 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제2막
어머니의 가출로 인해 집안 식구들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철환도 윤노인에게 아주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는 윤노인을 기다리며 평생을 혼자 지냈는데 왜 윤노인은 그렇게 하지 못했는냐는 비난조의 말을 한다. 그러자 윤노인은 발끈 성을 내며 벌통을 걷어 찬다. 그 바람에 그는 벌에 쏘여 얼굴을 다치게 된다. 어머니의 가출에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명순이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았다. 때문에 아버지가 더욱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윤노인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모든 비극은 전쟁이 가져온 부산물일뿐 윤노인의 잘못은 아니기 때문이다. 윤노인의 아내가 돌아온다. 모두들 그녀를 반갑게 맞이한다. 특히 윤노인과 철환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따뜻하게 그녀를 대한다. 그러자 그녀도 어느 정도는 마음이 풀린 듯하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철환이 북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윤노인의 아내는 정성껏 마련한 선물을 철환에게 건내주며 그를 보낸다. 철환 또한 정중히 그녀에게 절을 하고는 돌아 선다. 이때 벌떼가 하늘을 선회한다. 마치 춤을 추듯이 날고 있다. 휴전선 이곳저곳을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는 벌떼들의 비행은 윤노인을 더욱 슬프게 한다.

 

 

 

 

 

<춤추는 꿀벌>은 40여년 전에 월남한 윤노인의 집에 북한에 살고 있는 50대의 큰아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단신으로 월남한 윤노인은 월남할 당시 북에 두고 온 처와 자식들에 대한 생사조차모르고 살아오다가 마침내 남북평화교류가 시작됨으로써 큰아들과의 상봉과 함께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게 된다. 남쪽의 윤노인은 새로 장가를 들어 아내와의 사이에 외딸을 두고 살고 있는 극히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의 가장인 반면에, 북에서 내려 온 아들은 당당한 화가로써 꽤 의식 있는 북한의 인텔리가 되어 만난 것이다. 윤노인과 아들과의 만남은 흥분과 환희로 들뜨지만 40여년 간의 기간은 아들에게 새로운 갈등과 문제점을 드러내게 한다. 마침내 윤노인의 아내는 심적부담과 정신적 혼란으로 인해 가출을 하게 되고, 아들 역시 이질적인 남쪽 사회에 심한 반발과 실망을 안은 채, 막연하게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이북으로 돌아가게 된다.

 

 

<달집>,<하늘만큼 먼나라>등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 노경식은 현실의 문제를 통하여 우리의 미래적 삶을 에견하려 하고 있다.<춤추는 꿀벌>은 미래에 다가올 일을 미리 예감하여 우리의 삶에 부닥칠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들을 주체적으로 형상화 하고 있는데, 남북대화의 진전으로 다가 올 이산가족의 만남을 미리 예겨해 봄으로써, 이산가족이 넘어야 할 벽이 무엇이며, 우리 민족의 통일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확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윤 노인 일가의 문제 북쪽이나 남쪽이나 채제의 이익을 앞세우지 말고 인간의 행복과 존엄성이 중심이 되어 우선 먼저 민법 가족법이라도 고쳐서 그들(윤노인 북쪽 아내 남쪽 아내) 모두에게 동등한 자격과 인권을 한시적이라도 보장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남북교류 감상에 젖어 들뜬 흥분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냉철한 마음 가짐으로 각각 각 分野마다 제도적인 장치를 미래지향적으로 마련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강유정씨는 40여년이 넘는 오랜 기간동안에 생긴 이산가족의 문제점을 인간관계, 특히 가족관계에 촛점을 맞추어 나름대로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무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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