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재서 '주길남'

clint 2016. 11. 18. 14:32

 

 

 

 

주인공 주길남은 염직 공장에 다니는 직공으로 미아리 철거민촌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그는 오로지 자식들 뒷바라지가 그의 삶 전부이며, 그의 지친 일상을 위로해주는 것은 산동네를 오르기 전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적시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귀가한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짜증스럽기만 하다. 쥐꼬리만한 봉급에 목매달고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산동네의 생활이 답답하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딸 영순이가 가출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의 삶은 더욱 꼬여만 간다. 딸을 찾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보지만 번번히 허탕만 친다. 그 와중에 함께 가출한 친구 정희의 어머니인 과부 평양댁을 알게 되고 같이 딸들을 찾아다니며 서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좋지 않은 국면으로 치달아 결근이 잦아진 회사로부터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고, 집주인은 재개발을 이유로 집을 비워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아들 영철이 마저 학교에서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주길남의 가정에는 불화가 끊이지 않는데……홀연히 딸 영순이 안부를 전하고 사라진다. 여전히 이런 저런 이유로 주길남은 머리가 복잡할 뿐이다. 평약댁은 은근히 주길남씨를 좋아하게 되는데, 함께 가출한 딸아이를 찾아 다니는 가운데 평양댁은 주길남에게 본처와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해줄 것을 제안하며 모아놓은 재산으로 새 사업을 시작하자고 유혹한다. 주길남은 귀가 얇은 사람으로 선뜻 그 제의를 받아들이고 본처와의 이혼에 모든 신경을 쏟아 붓는다. 일이 진행되는 동안 평양댁은 더욱 채근질하고 주길남은 독하게 마음먹고 이혼하려 하지만 걸리는 것이 너무 많다. 결국 잦은 결근으로 회사에서도 정리해고 대상이 되고 백수가 되었지만 그는 오르지 평양댁과의 달콤한 사업 꿈에 젖어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아내는 평양댁과의 불륜을 눈치채며 절정을 맞이하는데……

 

 

 

 

 

작가 古 박재서 - 사후에 더욱 평가받는 극작가       

한상철 / 한림대 교수
한국에서 극작가의 생명은 생리학적인 죽음과 일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육신의 죽음을 이기고 희곡 작품이 남는 경우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극작가와 그의 작품의 생명이 거의 동일시하기 때문에 생명이 끝나면 그가 남긴 작품도 생명이 끊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고전이 나올 수 없으며 과거의 작품은 모두 망각의 피안으로 영영 사라지고 말게 된다. 과거의 작품이나 고전이 없이 언제나 새 작품만이 무대를 채우는 곳에서는 그만큼 무대가 풍요롭지 못하게 되며 새로운 생명으로 활기를 띄우지 못하게 된다. 특히 창작분야가 항상 위태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그런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연극계 풍조의 하나의 조그마한 예외가 생겨났다. 생전에 10여 편의 희곡을 써서 8편이나 무대에 올리고 세상을 떠난 그는 죽기 바로 전에 작품 한 편을 극단에 맡겼던 것이다. 그 작품을 극단 제3무대가 창립 25주년 기념 및 박재서 유고작품 추모공연으로 상연하게 되었다. 한국 무대에서는 참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기념공연이 아닌가 한다. 이미 생전에도 보기 드문 특색 있는 작가로 한국의 대표적인 풍자 작가로 평가 받아온 그였고 어떤 연출가는 그를 해방 후에 만난 가장 신선한 극작가라고까지 극찬해 마지않았다. <주길남(周吉男)>역시 박재서 작품 군에 속하는 특징을 지닌 작품이다. 한국에 사는 사내 이름이면서 그를 통해 한국의 남자를 풍자하고, 그 남자의 시련과 환상(꿈)을 풍자하고 있는 작품인데 참으로 황당하면서도 동시에 비애를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남녀 두 사람의 배우만이 출연하지만 관객은 마치 여러 사람들의 등장인물들을 보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있는 솜씨가 특출한 연극이다. 병고로 일찍 세상을 극작계를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빌어마지 않는다.
 
 

발표작

: "팽철학(공연 제목:팽/1985)" "어떤 목사님(하나님 비상이에요/1985)" "호동왕자와 낙랑공주(A.D313년/1985)" "승리녀(여자만세/1986)" "거리 굿(고시래/1986)" "못생긴 미녀(1986)" "오유란(1986)" "사랑산조(1987)" "요별국 찬가(1990)" "주길남(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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