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명일 '가방을 던져라!'

clint 2016. 9. 14. 17:47

 

 

 

누구나가 들고 다니는 가방, 그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이 연극은 현대인의 인간관계, 감정, 꿈과 희망, 열정이 필요 이상으로 우리의 삶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쓰레기를 버리고 가볍게 새 단장을 해보자 말하며, 비워야 채워진다는 간단한 진리를 관객과 공유하며 삶의 무게를 줄여보자 외친다신선한 발상으로 출발한 이 극은 텅 빈 무대에서 펼쳐진다. 아무것도 없는 무대 위에서 시작되는 경쾌한 소리, 생동감 넘치는 조명,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극장을 가득 채운다. 주인공 은호와 도둑들, 김 과장, 미용실의 강남 귀부인들, 무언가를 잃어버린 여자 등 여러 등장인물과 여러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경쾌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우리 인생의 가방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한다.

 

 

 

 

- 가방 one : 날치기 협회 정기 학술대회

오후, 소매치기들의 정기총회. 오늘도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 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그들이 모였다. 오늘의 주제는 가방. 가방은 그들에게 작업 목표이자 삶의 수단이 되는데. 도둑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알짜배기텅 빈 강정구별법. 그것에 대한 그들만의 노하우가 공개된다.

 

- 가방 two: 김 과장과 만물상 가방

오전, 모두가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시간. 김 과장에게 반갑지 않은 전 부하직원인 은호가 찾아온다. 그 남자, 그림자처럼 달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그를 만나러 나간다. 사람들은 그 가방을 만물상가방이라 부른다. 고운 시선으로 보기엔 너무나 거추장스러운 물건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그것은, 은호로부터 그 남자를 구해준다.

 

-가방 three: 가방 끈 긴 사람들의 아지트- 럭셔리 미용실

대한민국 1% 강남 귀부인의 아지트 럭셔리 미용실에 자동차 카 세일러 은호가 찾아간다. 하루 종일 허탕 친 그, 사력을 다해 차 팔기를 시도하는데강남의 귀부인들 품위유지, 체면유지, 멋지게 엣지 나게 은호를 무시하고 따돌리는데은호, 과연 그녀들에게 차를 팔 수 있을까..

 

-가방 four: 가방 위에 사람들

가방에서 끊임없이 뭔가를 찾고 있는 여자.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며 전도를 하는 남자. 가방을 바꾸며 인생을 설계하는 남자. 가방에 집착하는 여자. 꿈을 위해 갈등하는 남자 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단편들. 과연 가방은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현대인의 삶을 차지하는 인간관계, 감정들, 꿈과 희망, 열정들이 필요이상으로 우리의 삶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사는 것이 한 세상 재미있게 살다 가는 방법이 아닌가 질문을 한다. 마음속 겹겹이 쌓아 올린 벽을 허물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볍게 새 단장을 해 보자 말해본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간단한 진리를 관객들과 함께 공유해본다. 그래서 삶의 무게를 줄여보자 외쳐본다.

 

 

 

 

 

 

작가 의도

어느 날 지하철에 앉아 멍하니 맞은편을 바라보고 있는데, 앉아 있는 사람 대부분이 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내 가방을 살폈다. 그 속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지갑, 다이어리뿐만 아니라 꼭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물건까지…… 이거였나? 그 동안 내가 커다란 가방을 선호해온 까닭이? 근데 왜 나는 이것들을 들고 다녀야 하지? 그리고 이것들은 나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 거지

순간, 가방 안의 대부분의 것들이 필요 없는, 욕심같이 느껴졌다. 내 삶을 불필요한 것들로 채워가는 상징물 같이 느껴졌다. 필요는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가지고 다닌 것들, 그것들이 내 마음을 대변하고, 어떻게 삶을 마주하는가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걱정과 근심, 불안, 공포 그리고 그것에 대한 사소한 대비들. 그래서 그것에 상처받기 싫어 높은 벽을 쌓고, 나만의 방안(가방)에 모든 것을 갖춰놓은 채 살고 있었구나.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던 생각이 배시시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 연극은 이러한 것에 대한 작은 이야기들을 옴니버스형식으로 연결해 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갖고 있는 무거운 마음, 쓸데없는 것들로 가득 찬 가방 속을 비워보고자 한다. 비울수록 채워진다지 않던가. 그렇게 비운 가방 속에 가벼운 마음, 단순한 삶의 태도를 담아 보자. 행복이 한결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 이명일 : 극단 theatre201의 대표 겸 연출가

 

 

  이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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