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2165년. 150년 후 우주 선착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때는 사람들의 특정한 사람들의 기억을 칩 속에 담아 그 기억을 재생해볼 수 있는 그런 시대인데.... 두 남녀가 NGO에서 무료로 나눠준 어떤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우리가 망각할 수 없는, 망각하지 말아야 하는
기억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세월호로 죽은 여학생의 삶을 들여다보며)
서기 2165년 달에 위치한 "고요의 바다" 위 우주석착장 대합실. 두 남녀가 지구로 가는 우주순환선을 기다리고 있다. 가족처럼 소중한 애완견 로봇이 고장 나자 수리할 부품을 구하기 위해 십여 년 만에 지구로 귀환하는 여자와 기술이 발달에 따라 때마다 자신의 몸을 사이보그 화는 것이 취미인 남자. 대합실에 앉은 두 사람은 서로가 한국 사람임을 알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자는 자신이 듣고 있던 기억메모리를 남자에게 전해주고, 남자는 오래 전 죽은 한 여인의 기억을 훔쳐본다. 그녀의 기억은 딸이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깊은 바다 속에서 멈춰버린다. 사건이나 시대를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세월호와 관련된 기억임을 알 수 있다. 끝없는 슬픔과 마주한 남자는 메모리를 던져버리고 망각의 약을 복용해 기억을 지우고, 아무 일도 없듯 자리를 떠난다.
타인의 기억이 기호상품처럼 소모된다는 것은 최소한의 개인적 프라이버시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섬뜻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과거의 생생한 기억과 마주할 수 있다면, 역사의 정의가 사뭇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고 하는 데, 그런 의미에서 망각이 진화를 결정한다는 제목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망각이 진화를 결정한다.’는 2165년이라는 배경과 사이보그라는 소재를 통해 세월호 사건의 아픈 기억을 녹여낸다. 우주가 인류의 생활권이 되고 달에서의 생활이 가능해졌으며, 사이보그와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기이다. 우주선착장 대합실에서 만나 대화를 시작한 두 남녀는 100여 년 전 한 여자의 기억을 훔쳐보고, 이전과는 다른 감정에 휩싸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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