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재호 '귀로'

clint 2016. 5. 13. 10:24

 

 

 

* 작품<귀로>와<담배내기>그리고<멀고 먼 여로>삼부작은 작가가 직접 육군병원에서 체험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다만 2005년 퇴고하면서 시의에 알맞게<김 일성>을<김 정일>로 바꾼다든지 혹은 회폐단위의 변경에 따라 새롭게 고쳐써야만 했다.

 

  

 

    

작가의 글
잘 태어난 놈은 말이 없고 잘못 태어난 놈은 끝끝내 말이 많은 법이라고 한다. 바로 작가인 내가 그렇다. 난 언제 어디서나 인간의 생사에 관해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대관절 인간은 무엇 때문에 태어나야 했으며 또 태어난 죄로 죽음이란 것을 저마다 지불해야만 하는가. 게다가 일단 세상에 모습을 들어냈으면 나름대로 재미이게 살다가 떠나야 옳은 일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따로 있다. 온갖 힘을 다해서 나무가지를 구부려보아도 마침내 나무가지는 하늘로 자라기 마련이다. 더 솔직하게 말해서 나라는 인간은 이 말만 믿고 살아왔다. 마냥 정직하게만 꾸역 꾸역 살아왔다. 해방도, 여순반란사건도, 6.25 동란도, 5.16 군사쿠테타도 다 경험하면서도 73살을 퍼먹도록 우직스럽게 견디고 살아왔다. 한데 쥐뿔이 좋아! 젠장맞을 놈의 내 인생~~~.       
거대한 코끼리해도 작은 화살에 의해 생을 마쳐야만 한단다. 인생이라는 길고 긴 복도 저쪽 끝에는 아주 작은 방이 있는데 그 방에는 죽은 영혼들만 들어가는 골방이다. 그러나 그 방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채워지지 않했단다. 더 기가 막히는 사실은 우리는 그 죽음이 너무 가까운 곳에 와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귀로에 서있다. 결국 다 돌아가야만 한다. 귀로다. 귀로!       
아주 작은 일 끝에도 죽음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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