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윤영선 '내 뱃속에 든 새앙쥐'

clint 2016. 4. 15. 15:50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지만, 치매에 걸린 채 죽어가는 한 노파의 가여우면서도 소름끼치기도 하는 넋두리를 통해 멀쩡한 듯이 보이는 것의 균열이나 틈을 자주 응시하는 윤영선 작가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모노드라마이다.

노파는 혼자 자식과 대화체로 얘기를 하는데 생쥐가 뱃속에 들어있단다. 처음엔 불쌍해서 먹을 것도 주고 말벗도 해주고 애지중지 키워줬는데 이젠 먹성이 좋아져서 오장육부며 뇌며 모든 걸 갉아먹는 단다. 그래서 그 통증이 간혹 꽤 심하고 기억도 가물가물 해지는데 그 생쥐가 꼭 돌아간 영감과 그렇게 성질머리가 똑같은지 모르겠다고 넋두리 한다...

내가 말벗해주지 않으면 새앙쥐 혼자서 어떻게 긴 밤을 보낼 수 있겄냐.”

 

 

 

 

윤영선

1954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단국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와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 주립대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귀국 후 이듬해 <사팔뜨기 선문답>을 선보이며 국내 연극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극단 연우무대에서 공연을 시작해 1997년 프로젝트 그룹 파티를 결성해 <키스>부터 <여행>에 이르기까지 10여 편의 창작극을 발표했다. 주류 연극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던 그는 근본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와 관계를 파고든 작품을 남겼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형식을 쓰면서도 일상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시적인 언어로 구사하며 독특한 극적 세계를 보여주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많은 제자를 길러냈던 그는 2005<임차인>을 마지막으로 연출한 뒤, 2007년 세상을 떠났다.

 

 

 

 

 

평범한 대사라기보다는 찐득거리고 현란하고 서정적인 그의 언어가 한국 희곡의 언어를 풍성하게 해주었다. 그의 작품은 복잡하고 난해하며, 그래서 불투명하되 관 객의 해석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백이 더 은성하다. _연극평론가 김명화

 

그는 희곡을 쓰면서 자신과 대화할 수 있었다. 그가 쓴 희곡은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자신이 기거하고, 자기 자신과 대화했던 내면의 집이었다. 이 공간에서 세상의 소리는 소멸되고 자급자족의 언어가 생출된다. _연극평론가 안치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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