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친구의 장례식장을 찾아온 70을 넘긴 세노인들. 술만 마시다가 흔적도 없이 가버린 친구가 야속하고, 술 마시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도 만날 사람도 없었던 친구가 이해되는 자신들의 삶이 야속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후에도 젊은 시절 일했던 만큼의 시간이 주어지고 말았다. 아아, 이런, 등산이나 하며 속수무책으로 보내기엔 너무 많은 날들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세 명의 노인들은 다시 한 번 더 생을 채워 넣을 준비를 시작한다. 진실로 살아있기 위해서, 이들은 한번만 더 꿈꾸겠노라고 다짐한다. 왠지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 할아버지들. 진실로 한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생은 그들에게 끝까지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은퇴 했으나 한때는 잘 나가던 방송국의 연출 감독이었던 윤수가 죽었다는 소식에 가까운 친구들이 모인다. 방송 작가인 나상일, 그리고 배우인 이영호, 은행 지점장이던 서우만이 이혼당하고 혼자 살던 윤수의 초라한 시골집에서 친구의 외로운 죽음을 맞는다. 이제는 모두가 초로의 신사가 되어 있으나 뚜렷하게 할 일이 없어서 오로지 죽음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들은 윤수의 이혼한 부인 홍여사에게 연락할 방법을 찾으며 화려했던 과거를 더듬어 본다. 유망한 신인 가수였던 홍나리와 연수와의 사랑과 파탄의 이른 과정 그리고 친구와 홍여사가 함께 얽혔던 과거 사연을 돌아보면서 새삼 인생의 허무를 느낀다. 소식을 들은 홍여사가 빈소에 나타난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던 부부가 왜 이혼을 하게 됐는지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알게 된 친구들은 고인의 다른 면모를 알게 되어 놀란다. 친구를 보낼 준비를 하며 밤을 새우며 이들 각자의 인생 역정이 하나하나 들어난다. 친정 엄마의 위급 소식을 듣고 가 버렸던 홍여사가 마지막 전남편의 유골을 수습하는 장례식장에 나타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인의 넋을 달래는 춤을 추면서 남편을 저 세상으로 보낸다.
작가의 글
몇 년 전에 방송국에서 같이 일하던 내 친구가 죽었는데. 장례식장에 가서 봤더니 옛날에 방송 일하던 사람이 다모였어. 거기서 하나씩 하나씩 나온 얘기들이야. 옛날에는 60전에 다 은퇴했잖아. 그러다 몇 년 살고 죽을 줄 알았는데 그세 아니거든 너무 오래 사는 거야. 일찍이 준비해라 은퇴하고 나서의 자기 인생을 설계해라!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서 썼어. 우리 때는 그거 몰랐어. 진작 은퇴 후 삶을 설계를 했어야 해. 퇴직한지 10년 지나면 모아놓은 돈은 고갈 되는데 건강은 점점 생생해지지. 그러니까 문제가 뭐야, 황혼이혼이 생기잖아. 여자들은 고생만 했으니까 남자 시중들기 싫어하고 그러니까 이혼하는 거야. 그런 남자들 다 산에 가있지 그런 것들이 사회문제잖아. 그런 얘기 하고 싶었어. 나를 포함해서 거의 다 친구들 얘기야. 나는 그래도 작가니까 일이 있고 학교도 가고 그러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잖아. 젊은 사람들은 자신 만만하지? 걱정도 안 하고 생각도 안 하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데 그게 아니야. 큰일 난다고. 절대 그렇지 않아. 은퇴할 때 부인하고 뭔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든가아니면 공부를 하든가 뭔가 목표를 가지고 해야지 아니면 버림받는다고. 삶에서 버림받고 부인으로부터 버림받고 결국 자기 자신으로부터 버림받지. 나중엔 포기하게 되거든. 이젠 나도 죽을 날이 가까워졌잖아. 그러니까 정리를 해야지. 내가 살아가면서 아직까지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서서히 정리를 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유서도 써놨어. 아들에게 유서 써놨고 어느 서랍에 넣어놨다고 말했지. 사람들이 자기는 유서 같은 거 안 쓰고 평생 살줄 알아. 자기는 다 안 죽는다고 생각하지. 물론, 젊을 때 일은 열심히 해야 해. 돈 벌고 가정 일구고 열심히 해야지. 능력 있을 때까지는 일을 하고 그다음 인생선계는 또 다른 거야. 어떤 식으로든 저축도 해 놓아야 하고. 그냥 흥청망청 와인이나 마시고 댕기다가 언젠가는 후회해. 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은 꿈이지. 그래도 꿈을 가지 고 있어야 비참하지 않잖아. 아내와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생활하 다보면 그런 걸 잊고 살게 되지. 다시 사랑하려면 내 자신이 변해야 해. 맨날 퍼질러 앉아서 놀고 있으면 어느 여자가 좋아해? 뭔가 해야지. 난 올해 윤이상의 생애를 음악극으로 쓰려고 취재하고 있어. 독일에 가서 윤이상이 가르친 대학에 가보려고. 내년도에는 유치진의 생애를 쓰려고 해. 그리고 그 다음에는 한국판 밤으로의 긴 여로를 쓰고. 그 다음에는 죽을 거야. 쓸쓸하지. 쓸쓸하지만 다 맞는 얘기야.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건 말해주고 싶어서 썼어. 포장하고 괜찮은 척 숨기면 그게 연극인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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