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 78

김병준 '부활절'

한 청년이 죽기 위하여 노인을 찾아온다. 꼬리와 옷과 가방을 가지고 온 청년은 죽기 위하여 이력서도 써왔고, 노인에게 지불할 수수료도 준비해왔다. 청년은 빨리 죽고 싶다. 그러나 청년이 생각하는 '죽음'이란 끝은 쉽사리 오지 않고 시작만 거듭 된다. 뚜껑을 열고 나가본 일도 탈지도, 탈출도 해볼 길이 없었던 청년은 남을 만난 적도, 장애물 경주조차 배운 적이 없다. 노인은 그러한 청년을 '죽음'이란 상황 앞으로 순서에 맞춰 하나씩 계속 밀고 가기만 할 뿐이다. 청년은 꼬리를 짤리우고, 가방도 내려 놓고 옷조차 벗겨진 채, 손은 묶여지고 눈이 가려지고, 목에는 줄이 채워진다. 노인은 담배를 얻어 피우며 청년에게 담배를 권한다. 청년은 거절한다. 경험상 그런 걸 아는듯 노인은 다시 '죽음'을 향해 거..

한국희곡 2025.06.15

헤롤드 핀터 '살인청부업자들'

창문 하나 없고 화장실과 부엌만 있는 지하실에서 벤과 거스는어떤 조직의 명령으로 누군가를 제거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하지만 제거할 대상이 누구인지, 왜 제거 되어야만 하는지, 명령을 내린 조직이어떤 조직인지, 그곳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지 못한다.다만 이곳으로 들어오는 인물을 제거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는 것을 알 뿐모든 상황은 불확실할 뿐이다. 그들은 그런 불확실한 기다림 속에서그들이 축구장에 ‘같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의 문제와 ‘주전자에 불을 켜는 것’과‘주전자에 불을 붙이는 것’ 중 어느 것이 옳은 표현인지의 문제로 갈등을 일으킨다.이 갈등은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게임으로 실상은 보이지 않은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이다. 벤은 거스의 질문을 전환하거나, 또는 명령과 문답,질책과 회유, 물..

외국희곡 2025.06.14

안데르센 '백조 왕자'

마음씨 착하고 용감한 오빠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던 공주는 왕비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새로 맞아들인 왕비의 속임수에 빠져 먼 이웃나라 산속 깊이 시골로 버려진다. 그 새어머니인 왕비는 마녀였던 것이다. 그리고, 왕자인 오빠들도 마녀의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하고 만다. 왕자들은 낮에는 백조로 살아고 밤에만 사람 모습으로 돌아온다. 어느 날 공주와 오빠들은 다시 만나게 되고, 천사요정의 도움으로 마법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것은 가시풀로 옷을 짜서 오빠들에게 입히는 것이다. 옷을 짜는 동안 그 누구와도 말을 할 수 없는데 만약 말하게 되면 오빠들은영원히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마음씨 착한 공주는 오빠들을 위해서 아픔을 참고 옷을 짜기 시작한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도 ..

외국희곡 2025.06.14

박일동 '생명'

일본의 대동아 전쟁 말기. 북지전선의 어느 야전병원이 주 무대이다. 이곳에 학병으로 징병된 오문길, 정기호 상병과 지원병인 병장 황덕삼이 치료중인 병실이다. 오문길은 포탄이 터지면서 눈을 다쳐 실명한 상태인데,문학도인 그는 글을 써야하는데... 눈알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정기호는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말을 안 하나 뭔지 모를 불안감과 이 전쟁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건 분명하다. 최근에 들어온 황덕삼은 다시 전장에 나가고 싶어 안달이다. 그는 조선 학병들에 느끼는 학력 콤플렉스가 있어 그들에게계급이 높기에 명령하고 갑질을 한다간호장교가 정기호를 보고 이제 퇴원하라고 한다. 반발하는 기호에게 조용히 자신의 다리에 총을 쏘고 전상(戰傷)이라고 해도 자상 소견을 통보하면 군법회의 감이라고 다그친다. 다시 ..

한국희곡 2025.06.14

편지 콘서트 '슈만, 나의 영혼 나의 사랑'

막이 오르면 슈만의 장례식. 46세에 운명한다. 부인 클라라가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생전의 위대한 음악에의 열정을 말한다. 그리고 브람스가 해설 역할을 겸해 나온다. 슈만과 클라라가 어떻게 사랑했으며 결혼하게 되었는지. 클라라 아버지의 강경함 때문에 몰래 주고 받던 편지를 슈만과 클라라가 대화하듯 편지를 읽는다. 18살과 27살.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결혼하려 하나 21살 이전에는 부모의 승락이 없이 결혼할 수 없었던 당시의 법으로 법학을 공부하다가 음악에 빠져 포기했지만 법의 문제를 들어 결국 소송끝에 21살이 되어서야 스스로의 선택으로 결혼하게 된다. 결혼 후에는 서로 쓰기로 한 일기가 둘의 마음을 대신하여 낭독된다. 부친의 도움 없이 스스로 가정을 꾸리는 둘. 열심히 작곡하고, 클라라는 피아노 레슨..

외국희곡 2025.06.13

김원 '봄날에 가다'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봄날, 한 가족이 소풍을 간다.병을 앓아 온 딸은 오랜만의 외출이 기쁘기만 하다.부부는 딸의 퇴원을 기념해 예쁜 선물과 조촐한 파티도 준비한다.피곤함에 잠이 든 딸을 곁에 두고 부부는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병원비와 빚이 목을 조여 오던 숨 막히던 생활.소꿉장난 같던 연애시절.삶을 궁지로 내몬 딸에 대한 작은 원망.지친 마음, 서로 보듬어주지 못했던 미안함과 서운함.불안전한 생활 속에서 생겨난 불신… 미움…부부는 자신들을 괴롭히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 한다.소박했던 소풍을 끝내고, 부부는 딸과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다. 미리 준비했던 마지막 봄날을 위한.... 딸아이를 데리고 오랜만에 나온 봄소풍에 딸은 마냥 즐겁다.머리에 붕대를 맨 것으로 보아 어..

한국희곡 2025.06.13

로버트 볼트 '사계절의 사나이'

영국왕 헨리8세 치세하에 사법관으로 맡은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던 토마스 모어는 전(前) 대법관인 울지 추기경이 대역죄인으로 몰려 죽음을 당하자 그 후임으로 대법관의 직책을 맡는다. 토마스 모어가 대법관으로 재직시 헨리 8세는 정치적 야심과 결혼문제 - 전처 카트리나와 이혼, 앤 볼린과의 결혼-를 합법화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대법관인 토마스 모어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하지만 깊은 신앙심과 개인의 절대양심을 내세워 국왕의 뜻에 반대한다. 이에 대해 국왕은 그의 충실한 비서관 크롬웰을 시켜 토마스 모어를 회유시키고 그의 정책을 지지토록 하지만 토마스 모어는 국왕에 대한 충성과 종교적 양심의 갈림길에서 침묵을 고수한다. 크롬웰은 토마스 모어를 인격적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흉계를 ..

외국희곡 2025.06.12

패트릭 해밀튼 '가스등'

한바탕 부인 빌라의 히스테리 증세로 언쟁하다 외출해버린 매닝햄. 빌라는 자신도 종잡을 수 없는 일들로 미칠 것 같은 상태를 느낀다. 그리고 남편이 외출한 다음이면 어김없이 "가스"불빛이 희미해졌다가 귀가할 무렵이면 밝아지는 현상과 불길한 발자국소리가 들린다. 수사관이라 자칭하는 로그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미스터리와 남편 매닝햄의 관계가 유관한 것처럼 설명하고 15년 전 미해결로 끝난 노파 살해사건과 또한 연관이 있음을 말한다. 그 노파 살해사건의 현장이 바로 이 집 거실, 여기라는 사실에 부인은 할 말을 잊은 듯 놀란다. 살해된 노파의 먼 친척뻘이기도 한 범인이 바로 매닝햄임을 입증하는 로그 수사관. 먼 친척뻘의 노파를 살해하고 15년이 지난 이 시점까지 찾아..

외국희곡 2025.06.12

이언호 '소금장수'

배꽃마을 좌수의 첩으로 한 여인이 보쌈당해 온다. 도망가려 하지만 잡힌다. 그 와중 어중과 떠중은 물에 빠진 객주댁을 찾으려고 강물속을 헤맨다. 도깨비들이 나와 춤을 추면 고리짝 두개를 매고 소금장수가 등장한다. 소금장수는 어중과 떠중을 만나 초상화를 보여주며 한 여인을 찾으려 한다. 또한 고리짝에는 그 여인의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는 살아있지만 영혼은 저세상에 있는데 이 아이가 있는 고리짝의 소금을 사면 아이의 영혼이 고마워서 소원성취를 해준다고 얘기 한다. 돈에 욕심이 생긴 어중과 떠중은 소금장수와 같이 소금을 팔면서 소금장수가 찾는 여인을 찾으라 한다.동네사람들은 소원성취를 위해 줄을 서서 소금을 사고 배꽃마을의 할멈은 저승에 간 할아버지를 쫓아가려고 소금을 사려하지만 돈이 없어 못사고 있는데 보쌈..

한국희곡 2025.06.12

이창동 '운명에 관하여'

딸아이의 국민학교 졸업식에 온 아버지 김흥남이 교실에서이상하게 엇갈려간 그의 인생 얘기를 관객들에게 털어놓는다. 국민학교 학예회 연극 '두꺼비가 된 왕자' 공연도중 기껏 왕자 역을 맡았으나 공주와 키스하려는 찰나 정전이 된 것은 그의 운명에 대한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고아원에서 생활하다가 나이가 되어 상경한 흥남은 구두닦이. 때밀이를 전전하며 돈을 모으지만 사기꾼에게 모두 털리고, 그 사기꾼을 잡느라 2년 여를 헤매다가 만나는데... 아직도 사기꾼 행세를 하는 그가 괘씸해 가위로 찌른다. 폭행죄로 몇년을 교도소에서 보내는데, 같이 셋방살이하던 순심이 유일하게 면회오는 사람이다. 출소후, 순심과 결혼하고 열심히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일해서 돈을 번다. 그러던 중, 고아원 동기인 성만을 만나는데 ..

한국희곡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