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창동 '운명에 관하여'

clint 2025. 6. 11. 18:16

 

 

 

딸아이의 국민학교 졸업식에 온 아버지 김흥남이 교실에서
이상하게 엇갈려간 그의 인생 얘기를 관객들에게 털어놓는다.
국민학교 학예회 연극 '두꺼비가 된 왕자' 공연도중 기껏 왕자 역을 
맡았으나 공주와 키스하려는 찰나 정전이 된 것은 
그의 운명에 대한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고아원에서 생활하다가 나이가 되어 상경한 흥남은
구두닦이. 때밀이를 전전하며 돈을 모으지만 사기꾼에게 모두 털리고,
그 사기꾼을 잡느라 2년 여를 헤매다가 만나는데... 
아직도 사기꾼 행세를 하는 그가 괘씸해 가위로 찌른다.
폭행죄로 몇년을 교도소에서 보내는데, 같이 셋방살이하던 순심이
유일하게 면회오는 사람이다. 출소후, 순심과 결혼하고
열심히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일해서 돈을 번다.
그러던 중, 고아원 동기인 성만을 만나는데 그는 자가용 운전기사이다.
그가 모시는 사장 영감이 6. 25 때 잃어버린 자식이 있는데 그 행세를

하자며 흥남을 꾀고,,, 흥남도 혹시나 해서 가짜 아들 행세를 하며 만난다.  
재벌 영감이 친아버지로 밝혀지지만 만난 날 아들을 만난 기쁨에 
심장마비로 그만 죽게 된다. 
그리고 부인이었던 오여사가 영감의 재산을 모두 가로챈다.

 



우연으로 얽히는 삶이란 어떤 '법칙' 자체가 끼어들기 어렵게 마련이다.

그런데 인생의 중요한 상황마다 될 일도 안되게 하는 이른바 '머피의 법칙'이

적용된다면 어떨까?. 잘못 꼬이는 한 인간의 삶은 훔쳐보는 일조차 편치 않다.

극단 완자무늬가 1996년 4월 공연한  <운명에 관하여>(이창동 원작,김형주 각색 연출)는

억세게 재수 없는 한 개인사를 소재로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작품이다.

전쟁고아 출신 김흥남의 인생유전을 그린 이 작품은 절망과 희망이 교차되는 삶의 무게를

유머로 치환, 가볍게 풀어나간다.

 

점쟁이 장면- 남편이 귀인을 만난다고 예언한다,

 

 

소설가겸 영화감독인 이창동씨의 원작을 무대로 옮긴 것으로 전쟁통에 고아가 된

김흥남이 겪는 인생의 비운을 보여준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그의 과거를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연극은 

극중극과 극중 다역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한다. 
주인공 흥남을 제외하고 4명의 등장인물은 멀티역으로 바쁘게 여러 역할을 소화해낸다.  

 



이 연극에서 운명은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아내가 사랑을 통해 운명에 쫓기는 김흥남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데, 

이 무대가 따스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의 힘으로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은 있을 수 있지만 

사랑은 때로는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창동

(李滄東, 1954년 4월 1일~)은 대한민국의 소설가 겸 영화감독이다. 경상북도 대구시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신일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하다가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소설 <전리>가 당선되면서 소설가로 등단하여 여러 편의 소설을 썼다. <초록물고기>로 데뷔해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 등 다수의 작품들로 각국 영화제의 수상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작가주의 영화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