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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인 '원룸 빌 콤플렉스'

두 여성이 한 집에 산다. 한 집이지만 각자의 독립된 방에서다. 이른바 원룸이라고 불리는 최소의 공간이다. 두 사람의 마주침은 반가운 모양새가 아니다. 이름보다는 201호, 202호라고 불리는 게 오히려 편한 듯하다. 여기에 하나가 더해진다. 301호로 이사 온 은수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201호의 시경, 202호의 장미와 많이 다르다. 여성적이면서도 쾌활한 성격에 먼저 다가서 손을 내밀줄 아는 성격이다. 외향적인 성격의 장미는 선뜻 그 손을 맞잡으려 하지만 지극히 내성적인 시경은 오히려 자기만의 세계를 침범 당한 양 방어본능을 발동하기 시작한다. '원룸 빌 콤플렉스'가 보여주는 세여성의 이야기는 그리 놀랄만한 내용은 아니다. 연극은 각각의 원룸에 사는 세 젊은 여성이 실존적 유폐와 사회적 자멸(自滅) ..

한국희곡 2023.07.04

아멜리 노통브 '로베르 인명사전'

열아홉 살짜리 만삭의 임신부가 동갑인 남편을 권총으로 살해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엉뚱하게도 작가의 죽음으로 끝나는 이 짤막한 소설은, 아멜리 노통브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조차 충격적인, 강렬한 ‘노통브 표’ 소설이다. 여기에서는 노통브 소설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유년과 더불어, 살인과 에로티시즘의 문제가 특유의 간결하고 경쾌한 필치로 다루어진다. “인간의 몸을 가지고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살인과 성행위를 같이 보는 작가의 시각은 섹스를 작은 죽음으로 인식했던 바타이유를 연상시키지만, 훨씬 가볍고 단순하다. 바타이유가 폭력적 희열의 절정으로서 에로티시즘과 죽음의 의미를 물었다면, 노통브의 주인공들이 고민하는 것은 그저 저 골치 아픈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식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 비교적 깊이..

좋아하는 소설 20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