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아무 때, 곳은 산 넘고 물 건너 아무데나, 학규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 제물로 팔려가기로 한 청이,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숫처녀로 죽는 건 너무나 억울하다. 청이의 사연을 불쌍히 여긴 남근바위는 방중기예를 전수하고, 그 기예로 청이는 용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다. 그러나 기력이 쇠한 용왕은 청이를 다시 뭍으로 돌려보내고, 뭍에서 왕자를 만난 청이는 홀딱 반해버린다. 허나, 왕자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당나귀 공주가 있었으니…. 연적을 향한 불타는 경쟁심으로 당나귀 공주를 찾은 청이는 공주의 비밀스런 문제를 눈치 채고, ‘전국 성기능 전진대회’를 통한 문제해결을 추진한다. 한편, 딸을 잃은 후 정열의 여인 뺑덕을 만나 즐겁게 지내던 학규는 결국 발기부전이 되어 ‘전국 성기능 전진대회’를 찾아오고, 그 곳에서 죽은 딸을 다시 만나자 깜짝 놀라서 눈을 떠 버린다. 왕자는 그 사이 청이에게 마음이 기울지만….
효녀 심청의 이야기에서 ‘효’를 빼고 발랄하게 패러디한 작품이다. 심청이는 성에 대해 궁금해 하는 소녀로 학규는 중년의 위기에 빠진 철부지 아빠로 등장하고 용왕은 성적인 욕망에 빠진 캐리터, 뺑덕 어멈은 ‘비련의 여인’으로 나타난다. 청이가 처녀성을 담보로 인당수에 팔려간 것에 초점을 맞춰 원전의 성(性)인식을 과감하고 개방적인 가치관으로 대치해 극의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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