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안재승 '벌'

clint 2015. 11. 13. 08:24

 

재개발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산동네. 과거에 이 곳은 아카시아 나무가 무성한 벌들의 왕국이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꼭대기에는 금방 무너질 듯한 집한채가 서 있다.
온통 벌집에 둘러쌓여 있는 집. 덕분에 이 집은 철거꾼들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이다.
이 집에는 이빨이 몽창 빠져버린 어미와 딸 그리고 팔다리가 없는 미숙아 똘똘이가 살고 있다.
똘똘이는 꿀 한방울이 섞인 사내의 정액을 먹고 살아간다. 어미는 사내의 정액을 구걸해 똘똘이를 먹여살린다.
딸은 매일 이 끔찍한 곳을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똘똘이가 울기 시작하고,
울음 소리와 함께 벌들의 습격이 시작된다. 딸은 모든 것이 벌을 학살한 아비와 어미가 받은 저주라 여긴다.
딸의 유일한 친구인 바우. 바우는 연탄을 배달하는 모자라는 청년이다. 바우는 세상에서 벌을 가장 무서워하지만,
이쁜 딸(달래)를 보러 매일 같이 이 곳에 올라온다. 바우의 상상속에서 어미는 인간의 형상을 한 벌이고
똘똘이는 세상을 멸망시킬 집채만한 벌의 애벌레이다. 딸을 구하기 위해 매일 같이 산을 오르지만
번번히 자신의 정액만 빼앗기고 온다. 딸은 그런 바보같은 바우가 싫지만은 않다.
함께 도망가려는 바우와 딸. 두 사람을 막으려는 어미. 결국, 딸은 집에 불을 지르게 되고... 온 산을 뒤 덮는
똘똘이의 울음소리... 갑자기 시간과 공간이 허물어지며 숨겨있던 진실이 밝혀진다.

 

 

 

 

작가 안재승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예술전문사 과정을 졸업하고 2008년 신작희곡 페스티벌에<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가 당선되었으며,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희곡<청구서>가 당선되며 주제에 대한 집요한 탐구, 극 구성의 리듬감, 극적 언어의 구사 등 신인답지 않은 솜씨를 가진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희곡<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 <청구서> <봄 작가, 겨울 무대 - 룸엔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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