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상열 '호모TV쿠스'

clint 2025. 3. 15. 06:25

 

 

 

작품에서 TV가 현실을 대신하는 시대, 인간은 '호모 TV쿠스'라 불린다.
『호모TV쿠스』는 두개의 스토리로 전개된다.

TV라는 매체를 둘러싸고 있는 두 요소, 시청자와 스타의 이야기가

각기 독립적으로 흐른다.
이 연극에서 시청자는 공연 내내 침묵으로 일관한다.

"시청자는 왕이다"는 논리는 빛 좋은 개살구며 실제 그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아래서

철저히 구매자 또는 소비자의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TV 안에 살고 있는

스타들은 각기 다른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TV에 뛰어든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상품경제의 논리 속에 언제인가 용도 폐기 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인간의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다.

소모품. 재활용품. 폐기물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지금

「대기」 또는 「용도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TV에 등장해서 성장, 소멸의 스타 재생산 구조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TV보는 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관객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극중 '소모품'이라는 여자는 가장 성공했다가 비참하게 소멸한다.

낚시꾼(매니저)이 하라는 대로 말을 듣는 '인형'의 모습에서 점차 스타로

성장하고 데뷔 2년 후 정상에 오르며 매니저에게 가끔 항의도 한다.

그러나 스캔들로 신선도와 가치하락으로 결국 폐기처분 되고 만다.

이 연극에서 관객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신나는 아침체조' 프로를 통해 시청자들의 건강을 도모하는 것 같더니

그날 저녁 뉴스에서는 에어로빅의 부작용을 보도하는 TV의 모순된 행태를

보며 우리의 의식이 얼마나 마비되었는지 실감케 한다.

현대사회의 모습, 욕구의 집약체인 대중매체, 문화를 적절하게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시청자 또는 관객의 몫이라는 걸 생각하게 만든다.

 

작 연출의 글 - 김상열
이 연극을 준비하면서 텔레비젼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주위에서 받기도 했다. 결국 그렇게 신나게 텔레비젼을 까지만 너 역시 집에 들어가면 리모콘부터 찾지 않냐며 지식인들이 가지는 그 묘한 이중성을 질타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대중문화의 속성이고 그 속성안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의 모습인 걸 어떡하냐! 한 문화평론가는 '대중은 일방적으로 대중문화에 마취당하는 바보도 아니며 항상 현실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영웅도 아니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어쩌면 대중문화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바로 이 두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개인이 가지는 연극적 상상력의 한계를 깨기 위해 '드라마트루기'를 구성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대중문화관련 책들을 들쳐보고, 텔레비젼도 같이 모니터 해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들은 토론 끝에 텔레비젼이 유지되는 메카니즘과 텔레비젼이라는 '매체'와 '시청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는 두 가지 주 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일의 '효율성'에 있어서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지만,문화에 대한 관점을 보완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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