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치언 '코리아 환타지'

clint 2015. 11. 10. 22:11

 

 

 

 

“송양아, 내가 왜 시대의 가장 변태적이고 추악한 인간 군상들을 좋아하는지 아느냐?

그들은 솔직하거든. 그들은 취해 있고, 그들은 훔치고, 강간하고 살인하고 노래하고 웃고 떠들고 배신하고 용서를 구하고 또 금방 저주를 퍼붓지. 시대가 불어넣은 욕망과 본능의 숨결에 완벽할 정도로 순수하게 반응하지. 그들은 마치 시대에게 가장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선택도 자유의지도 없이 시대에 의해 이미 완결 지어진 어떤 코드야. 너 또한 성을 팔아 상류층으로 편입되고 싶었던 우울한 가정부의 불행한 상징이지. 이런 상징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 또한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감회에 괴로운 듯) 오, 벗어날 수 없어!…그러하기 때문에 난 그 가련한 것들을 보존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학문적 논리와 사고로 완전히 닫힌 세계를 가진 미치광이 김교수! 그는 삼십년 동안 각 시대의 인간유형 들을 연구했다. 그들은 취해 있고, 훔치고, 강간하고, 살인하고, 노래하고, 웃고, 떠들고, 배신하고, 용서를 구하고, 또 금방 저주를 퍼붓는다. 이제 김교수의 연구결과가 세상에 발표되는 순간이 돌아왔다!

 

 

 

코리아, 환타지는 생존을 위한 매매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미래의 인간들의 사라진 양심, 도덕적 불감증, 휴머니즘의 종말을 블랙코미디의 유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가 : 최치언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03년 우진문화재단 장막 희곡 창작상 수상
- 밤비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
2004년 -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 공연
2005년 우리연극만들기 - 코리아 환타지 - 공연
2005년 시집 -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 출간
2006년 올드보이 - 공연
2006년 신작희곡페스티벌 -사랑해줘, 제발- 수상

 

 

작가의 글

시간은 처음과 끝이 동일한 직선이 아니다. 마치 뱀이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자신의 꼬리를 입에 물고 또아리를 들고 있는 것처럼 시간은 처음과 끝이 맞닿아 있다. 이 뱀은 무수하게 많다. 주인공 김 교수는 역사학자이며 대학교수다. 그는 시간을 처음과 끝이 맞닿아 있는 거대한 원통이라고 생각한다. 창조주는 인간을 낳았고, 그 원통(시간)속에 인간을 다람쥐처럼 집어넣었다. 인간은 자유의지로 원통(시간)속을 달리고 창조주는 자신의 뜻대로 원통(시간)을 굴린다. 전후좌우, 동서남북, 긴장, 이완, 빠름, 느림, 도약, 정지, 등을 불규칙적으로 반복하며 신은 원통(시간)을 굴린다. 이 불규칙한 원통(시간)속에서 인간이 다람쥐처럼 달려온 과거와 현재, 미래는 뒤죽박죽 뒤섞인다. 인간은 이 불규칙에 맞서 원통(시간)속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인간은 매번 균형을 잃고 원통(시간) 속의 어디론가 처박힌다. 이것이 인간들의 역사다. 불완전하고 추론할 수도 없고 도무지 불가해하다. 이러한 불안 속에서 인간의 시간은 이곳에 살아남기 위한 욕망만이 꿈틀대는 욕망의 역사가 된다. 김 교수는 이런 시간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특정 인간들을 샘플로 선택한다. 당대의 시간 속에서 극히 균형적 모범적으로 살아갔던 또는 살고 있는 살아갈 인물들이 아니라 가장 비정상적이고 추한 엽기적인, 비도덕과 비윤리적인 불한당 같은 인간들을 선택한다. 왜냐면 그들이야말로 신이 굴리는 원통(시간)속에서 가장 솔직하게 중심을 잃고 방황했던 자들이기 때문이다. 불완전하고, 추론할 수 없고, 불가해한 그들. 신의 뜻에 가장 충실했던 가롯 유다와 같은 그들. 무엇보다 이들의 욕망은 원통(시간) 여기저기로 처박히며 시대를 초월해 서로 상호 침투한다. 과거의 욕망이 현재와 미래를 지배하고 있고 현재의 욕망이 과거와 미래의 욕망을 부활, 재생시킨다. 미래의 욕망은 과거와 현재의 욕망 속에서 우울한 비전을 보여준다. 김교수는 30년동안 각 시대의 상징코드인 위와 같은 인간유형들을 수집(?)했고, 그러한 인간들을 박제화시켜 세상에 발표하려한다. 이 극에 나온 모든 인물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박제가 된다. 김교수는 미친 광인이다. 자신의 학문적 논리와 사고로 완전히 닫힌 세계를 가진 광인. 그러나 그를 광인으로만 보기 어려운 것은 인간들의 역사가 그러하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쳇바퀴 속의 다람쥐처럼 인간들은 새로운 꿈을 꾸고 길을 찾아 방황하지만 그 꿈은 언젠가 컸던 꿈이고, 언젠가 찾았던 길이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범석 '손탁호텔'  (1) 2015.11.11
최치언 '미친극'  (1) 2015.11.10
김경옥 '나는 정신대원이었다'  (1) 2015.11.10
이용준 '심판'  (1) 2015.11.10
이재현 '태양관측'  (1) 2015.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