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에 발표한 <도회(郁會)의 시(時)>는 작가의 중산층의 가치관 상실과 현실의 시대적 아픔을 잘 드러난다.
<도회의 시>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중산층의 상징인 서울의 아파트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도시 생활에 찌든 전형적인 도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돈 벌러 서울 간 누나를 찾으러 무작정 상경한 기덕,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아들의 일가족을 잃은 김 노인, 은퇴한 대학교수로 혼자 살며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몰라 매일 담배를 사가는 박 노인, 배신의 아픔으로 정신병을 앓게 되는 화가 창현, 또 병든 아버지와 가난 때문에 학교를 중퇴한 남동생을 위해 돈 벌러 서울에 올라 왔지만, 결국엔 잘못된 길에서 방황하는 미애까지 모두 하나같이 목적의 상실과 삶의 고통으로 인해 병들어가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비극은 미애가 그토록 자신이 찾던 누나임에도 불구하고 성형 수술을 한 얼굴 때문에 못 알아보는 기덕이나, 미애를 그토록 사랑했지만, 자신을 떠나버린 배신의 아픔 때문에 결국 다시 돌아온 미애를 살해하는 창현이나, 자신을 찾아 헤매는 동생을 보고도 타락한 모습 때문에 자신을 밝히지 못하는 미애 등을 통해 표현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시골아이 기덕의 눈을 통해 본 도시 아파트촌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표현하였다. 도회의 비인간화 현상을 드러내어 당대 사회문제 즉,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시기적절하게 짚어내었다. 이처럼 정복근은 정식 등단 전부터 물질만능주의가 초래한 정신적 위기, 즉 중산층의 허위의식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였고 이 작품을 통해 더욱 심화 되어 드러낸다.
추천사 - 이승규
시골아이의 눈을 동해 본 도시(아파트 촌)의 풍경이 난폭하거나 감상에 ‘빠지지 않고 서정적으로 잘 표현되었다. 얼핏 보아 외래적인 주제일듯한 도회의 비인간화 현상을 때를 잘 맞추어 우리 사회의 내부로부터 우러나오게 설득력 있게 그렸다. 또 간결한 대사, 담당한 전개와 극적 결말은 나로 하여금 이 작가의 소질을 인정하게 하였다. 어디서든 공연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우리 시대의 거울의 한 조각이라고 생각하여 서슴지 않고 추천의 말씀을 사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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