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강수성 '소리'

clint 2021. 11. 13. 17:30

1975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당선 소감> -강수성

자연을 너무 외면해 왔다.

야산에 아무렇게나 자라 있는 풀 한 포기가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바닷가에서 해풍을 쐬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바위가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숲속의 이름 모를 새들이 또한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들을 외면한 채 무척이나 방황했나 봅니다. 이젠 그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매우 늦었지만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보잘것없는 글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저를 성원해 주신 여러분께 사의를 드립니다.

서라벌 예대 문창과 졸업

 

<심사평> -여석기 · 유덕형

 

소리는 모호한 실체를 명징하게 잘 극화

알듯 모를 듯한 점에서는 소리가 더 힘들게 느껴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적이 아닌 듯한 내용을 매우 현실적인 극 구성 속에 극화시켜준 의미에서 이 작품은 꽤나 명징하다. 여기 인물들이 추구하는 소리의 실체는 모호하지만 아주 단순화 (객관화)된 드라머의 상황으로 해서 오히려 여러 가지 의미로 전달된다. 이 작가는 드라머적 상상력을 어느 만큼 지니고 있는 듯이 보인다. 다만 중간 부분 갑남과 을남의 대화 부분이 장황한 것이 탈이다. 신인으로서의 역부족 탓으로 보인다. 똥개는 더할 나위 없이 알기 쉬운 상황 속에 더할 나위 없이 알기 쉬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것이 너무나 표면화되어서 그려져있기 때문에 설명적이라는 인상을 면키 어렵다. 한정된 분량 속에 무언가 확실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드라머의 제일 원칙이지만 그것이 간접적으로 이야기되어야 한다는 것도 또한 드라머의 철칙이다. 이상의 여러 점을 종합하여 당선작에 소리를 밀고 똥개를 선외 가작으로 결정했다. 이 두 분 뿐 아니라 여기 언급된 모든 분에게 앞으로 계속 정진하여 좋은 극작가가 되어주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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