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근삼 '아벨만의 재판'

clint 2016. 10. 18. 21:44

 

 

 

어느 중립국의 한 마을이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적들을 물리친 해방군에 의해 마을은 다시 수복된다. 그리고 전쟁 발발 당시 피난을 떠났던 사람들이 2년 후에 다시 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마을을 떠나지 못했던 몇몇 사람들과 아벨만이라는 성실한 청년이 적군의 치하에서 살아남은 채 그들을 맞이한다. 아벨만은 적군치하에서 피난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던 사람들을 극진히 보살펴 주었다. 이러한 선행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하지만 해방군은 전쟁시 적의 치하에 남아 이적행위를 했던 사람들을 색출해내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식량 원조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찾던 중 아벨만을 선정하여 그를 법정에 서도록 임시 피고인으로 정한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들과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법정에 서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그는 마을의 영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벨만은 마을사람들을 돕기 위해 그 부탁을 수락한다. 재판이 진행되어가는 도중 아벨만의 죄를 찾아내기는 했으나 그 본래의 의도가 선량했다는 사실을 재판정은 알고 있다. 재판을 한 결과 죄가 인정됨으로 아벨만은 유죄이지만, 유죄라고 판결을 내릴 경우 아벨만은 반역죄로 처형당하게 된다. 재판정은 그에게 유죄판결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고민하던 중 그들은 아벨만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고 그가 마을을 도망가도록 한다. 그럴 경우 아벨만은 목숨을 건지고 자신들도 재판을 성공적으로 끝내서 식량원조가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유죄판결을 아벨만에게 내리고 아벨만의 애인인 루시아와 도망가도록 하게 한다. 아벨만은 도망자로 해방군에 의해 수배 당한다. 결국 그들은 죄 없는 아벨만을 희생시켜 자신들만이 살려고 한다. 거기에는 음모가 숨어 있다. 이러한 불합리함에 루시아와 아벨만은 모순을 느끼고 다시 돌아와서 자신이 진정으로 유죄인지 아닌지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아벨만의 재판>은 이근삼선생 연극정신을 대변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다수의(마을사람들) 힘에 의하여 변변히 저항도 못하고 무참하게 짓밟히는 한 인간의(아벨만) 처참한 종말을 통하여 사회의 정의와 진실은 무엇인가? 생존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명제를 만날 수 있으며 인간과 인생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아벨만의 재판>은 한국연극사에 있어서 현대희극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이근삼 선생 특유의 위트와 패러독스가 번뜩이는 작품이다. 어느 평화로운 마을이 전쟁에 휘말리고 2년여의 전쟁이 끝난 뒤 전범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재판이 주요 사건입니다. 전쟁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사랑과 희생, 정의와 진실, 생존과 욕망의 대비를 통하여 인간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을 질타하고 다수의 횡포와 민주주의의 허실을 꼬집고 있습니다. 전쟁의 소용돌이속에서 순수한 영혼을 욕망의 화신들이 재판하는 아이러니가 일어나고 순진한 청년이 아무죄도 없이 죄인이 되었다가 영웅으로 미화되고, 영웅에서 도망자로 급전직하하며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이중성에서 인간에 대한 회의와 연민이 느껴진다. 주인공 아벨만이 부모처럼 사랑했던 사람들이 점령군의 치밀한 음모와 계략에 빠져 자식같은 아벨만의 목숨을 요구할 때 생존과 욕망의 처절함을 보게 될 것이다.
<아벨만의 재판>은 하루하루 사는 것이 전쟁처럼 치열한 현대인들에게 자신과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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