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근삼 '동쪽을 갈망하는 족속들'

clint 2016. 10. 18. 21:00

 

 

 

이 극에 등장하는 배우는 총 5명이다. 운전기사의 역을 한 노인분, 아직 정확히 취칙한 곳은 없는 잘난척하는 남자 하나, 시간강사이면서 자신의 철학에 대해 자신을 갖고 어려운 말만 늘어놓는 남자하나, 유명하지 않은 오디션에 합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여성 하나, 그리고 간이역에서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여자 하나. 이렇게 총 5명이다. 그중에서 운전기사를 맡으신 분은 나이가 꽤 드신 분이다. 그 분의 연기를 보는데 뭔가 이상하게 어색했다. 대사가 그런 것인지 뭔가 안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연기하시는 내내 한 손을 교대로 뒤로 숨기시는데, 그게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긴장하셔서 그러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꽤 귀여우신 분이었다. 잘난척 하는 남자는 머리는 올빽으로 뒤에 꼬랑지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상당히 느끼했다. 여기저기 나서기 좋아하고 잘난척 하기를 좋아하는 그 남자는 잠시라도 자기가 나서지 않으면 뭐가 나는 듯한 사람같았다. 시간 강사는 들어오자 마자 책을 펴고 계속 책을 읽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나서지 않았고, 자신의 지식을 물을 때에는 열혈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 대사가 어렵고 그런 것이 대사 중에서 나타났듯이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해 폐강당하기 일쑤인 그런 사람이었다. 여배우역으로 나오신 분은 참 반가웠다. 지난 번 창고극장에서 했던 목소리라는 연극에 나오신 분이었다. 목소리도 크고 행동도 크셔서 상당히 좋았다. 그런데 그 캐릭터 자체의 특징인지, 등장해서 자꾸 화장을 고치는 모습은 마음에 안 들었다. 여성 캐릭터를 그런 식으로 그린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 뿐만 아니라 남녀 차별이다. 기타를 치는 것은 좋았다. 목소리도 커서 가사도 잘 들렸을 뿐만 아니라 기타를 치는데 드러나는 그 표정이 안타까움이 드러나서 좋았다. 간이역에서 사람들을 기다린다는 여자는 솔직히 왜 등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 실루엣안에서 목소리만 등장했어도 좋을 것 같다. 극 중간에 밖으로 나와서 대사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데, 대사를 할 때는 목소리가 작아서 들리지도 않았다. 노래를 하니까 그나마 목소리가 커져서 들렸는데, 그 춤이라고 해야할지,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움직이는 것도 안 해도 좋았을 것 같다. 종이비행기도 처음에는 희소성이라도 있어서 그러나 싶었지만, 나중에 거의 계속 던지는 것을 보면 그 의도를 모르겠다. 등장한 회사원, 시간강사, 연예인 지망인 이 세명은 정말 제목처럼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다. 동쪽이라는 것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바램일 것이다. 그것을 갈망하며,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현재에 안주하지 못하고 좀더 좋은 미래를 갈망하는 현대인 모두의 모습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발달은 다수의 소외 계층을 양산하는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고착화하는 폐해를 낳았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사회 구조는 소외 계층에게 막연하고 거짓된 희망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게 만들었다. 그럼으로써 소외 계층을 특권 계층이 심이 되는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유지하는 부속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동쪽을 갈망하는 족속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이러한 문제점을 풍자하면서 거짓된 희망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닫지 못하는 소외 계층의 비극성과 그들에 대한 작가의 안타까움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서연호: 「원고지」는 60년대 우리 연극을 여는 작품이라 생각이 되는데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서양도 그렇듯이 우리도 60년대가 현대 연극이 시작되는 시기인데 그 계기가 되는 작품 하나가 이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이어서 「동쪽을 갈망하는 족속들」(1960)을 쓰셨죠?

 

이근삼: 사상계에 발표 됐지요. 역시 사실주의 작품이 아니지요.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인생의 목표를 찾아 동쪽으로 가고 싶은데 서쪽으로 온 무리가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물음에, 서쪽으로 가면서도 자꾸 동쪽으로 간다고 말하죠. 무대는 간이역이에요. 인생 자체를 간이역으로 본 거죠. 공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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